지금 도심은 대형 오피스 빌딩의 총성없는 전쟁터
서울 한복판에 텅빈 오피스타워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지금 서울 도심 을지로가 대형 오피스 빌딩의 소리없는 전쟁터다. 이곳에는 올해 들어 미래에셋 센터원빌딩과 시그니처타워가 들어섰다. 두 곳 모두 20층 이상의 건물이 마주보고 서 있다. 센터원빌딩 옆으로 최근 준공한 페럼타워가, 을지로 3가쪽으로 30층 규모 두 동이 마주한 파인에비뉴가 마천루를 이루고 있다. 대형 오피스 빌딩이 늘면서 공실률도 최대 문제다. 임차인 모시기는 더욱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2012년 준공예정인 대규모 오피스 빌딩까지 합세할 경우 공급과잉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하락에 따른 과열 경쟁은 또 다른 부동산 시장의 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소진 교보리얼코 대리는 "현재 준공 대기중인 오피스 빌딩들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7~2008년에 계획한 물량들이 대부분이고 올해와 내년까지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실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때 보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실률 100% 이르는 '유령 오피스' 등장=24일 교보리얼코가 10월 초 조사한 도심권 오피스 공실률은 3분기 8.30%를 기록해 2분기 7.59%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5.95%와 비교할 경우 2%포인트 넘게 공실률이 증가했다. 페럼타워는 5.1%, 센텀원 30.3%, YG타워 24.9%의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오피스 빌딩은 훨씬 높은 공실률을 나타내며 빌딩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시그니처타워와 스테이트타워 남산의 경우 100%에 이르는 공실률을 기록해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시그니처타워의 경우 삼성에버랜드에서 분양 마케팅을 대행하고 있지만 마땅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스테이트타워 남산도 입주한 기업들에 무료 주차 대행과 세탁물 배달 같은 호텔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유령 오피스 신세를 면치 못했다.
◆임차인 모시기 경쟁 '치열'=신규 오피스 빌딩들은 최신 시설과 서비스로 임차인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는 아예 대기업 같은 대형 임차인을 유치하며 공실률 낮추기에 적극적. 75.7%의 높은 공실률을 보이고 있는 트윈트리의 경우 대림산업 플랜트 부문을 임차하는데 성공했다. 앞서 '0'의 공실률을 기록한 미래에셋 센터원의 경우 SK건설이 무상임차를 보장받고 입주한 것이다. 대형 오피스 빌딩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건물주들은 무상 임차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임대료 수준은 낮아진 상황. 현재 도심권 월 임대료는 3.3㎡당 평균 9만~10만원 선으로 2년전과 비교해 20%가량 떨어졌다.
◆세계적으로 낮은 공실률 '자랑'=전통적으로 도심권 오피스 빌딩 시장의 공실율은 5%대 미만으로 전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공실율을 보여 온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투자 수익율이 우수한 시장이었다고 평가한다. 윤원섭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상무는 "공실율이 낮은 우수한 시장에서 중구지역의 도심재개발이 일시에 가능해지며 오피스를 건축할 수 있는 부지들이 한 꺼번에 몰려나왔다"며 "신규 투자에 목말라 있던 다수의 국내외 투자자들이 과거 수익율을 기준으로 동시에 대량으로 신규건축 투자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여파로 일시에 대형 공급이 이루어지는데 반해, 수요 증가세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신규빌딩의 공실이 많아진 것이다.
◆내년에도 공급과잉 불가피=대형 오피스 빌딩간의 경쟁은 도심권 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여의도와 상암DMC권 등 2015년까지 대형 오피스 빌딩의 공급이 줄을 잇고 있다. 빌딩업계 관계자들은 임차인 모시기를 위한 임대료 출혈경쟁은 결과적으로 입주기업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대형 오피스 빌딩의 증가로 낡은 중소형 빌딩이 입게 될 피해도 간과할 수 없다.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대형 오피스 빌딩의 경우 최신 시설과 월 임대료 무상 등으로 임차인을 유치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중소형 빌딩은 수요 확보를 못해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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