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검찰이 박원순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의 '불법모금' 의혹을 선거일 전에는 수사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잡음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뚜렷한 혐의점이 있다면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할 검찰이 결과적으로 당장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혐의에 대해 굳이 수사배당 사실을 알리고 여론에 반응한 것 자체가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난무하는 고소고발전이 서울시장 선거 뒤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형사4부(허철호 부장검사)에 배당한 박 후보에 대한 인터넷매체 '인터넷민족신문'의 고발사건에 대해 선거일 이전엔 수사에 착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해당 매체는 "아름다운 재단과 이 재단 상임이사인 박 후보가 지난 10년간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모았지만 최근 6년 동안 2008년 12월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서울시나 행정안전부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박 후보와 아름다운재단을 지난 14일 검찰에 고발했다. 기부금품법은 모금액이 10억원 이상이면 행안부에, 10억원 미만 1000만원 이상이면 서울시에 모금 사실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사건을 배당했을 뿐 아직 사실관계 확인 및 고발인 조사 등 일체의 수사행위에 나선 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상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고발사건에 대해 검찰은 곧바로 수사를 개시해야 함에도 이처럼 '배당은 하되 수사는 나중에'라며 다소 원칙을 벗어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 자체다.

사건 배당 사실을 여론에 흘렸다가 '정치검찰' 반발이 거세지자 "선거일 이전엔 수사에 착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그것이다.


검찰의 반응이 이례적으로 기민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명예훼손 고발사건 수사에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조 청장은 지난해 3월 경찰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는 말을 했고, 노무현재단(이사장 문재인)은 같은해 8월 조 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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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은 이후 반년 이상 어떠한 수사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노무현재단이 지난 4월 담당 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고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까지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박 후보 선대위 측은 "아름다운재단 후원금 문제는 이미 지난해 3개월여 조사 끝에 무혐의 종결된 사안"이라며 "보수단체의 고발을 빌미로 수사의사를 흘린 것은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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