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완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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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영화 담당 기자로서는 '업무태만'이다. 개봉 전 그저 '아귀' 김윤석과 '걸오사형' 유아인이 나오는 코미디 영화 정도라고만 알고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찾았다. 극장에 와서 영화 감독의 이름을 보고 정말 놀랐다. 장편 감독 데뷔작 '연애소설'을 필두로 권상우의 다리를 자르는 '테러' 엔딩의 '청춘만화'와 진부한 러브 옴니버스 '내사랑'까지 줄곧 '감동 과잉'의 말랑한 멜로만을 만드는 감독으로 그를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분위기가 절로 추측이 됐다. 더욱이 척박한 가정 환경의 10대 문제아가 거칠지만 속은 깊은 '깡패' 선생님을 만나 가족의 가치를 깨닫는다는 줄거리는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 놓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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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이미 큰 인기를 기록한 김려령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의 '완득이'는 소설의 충실한 다이제스트 역할을 자처하는 것 같았다. 영화는 도무지 한 배를 탈 것이라곤 상상이 되지 않는 두 이질적인 캐릭터 완득(유아인 분)과 동주(김윤석 분)를 등장시켜, 한 쪽이 다른 쪽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린다. 맷 데이먼과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했던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의 구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완득이'는 한 술 더 뜬다. 완득이의 어머니는 다름 아닌 필리핀에서 온 불법 체류자 신세고, 아버지는 퇴락한 나이트 클럽과 지방 장터를 전전하는 꼽추. 완벽하게 사람의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로 향할 준비를 모두 마친 셈이다.


그런데 좀 달랐다.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와 결말이 정해져 있는 원작 각색의 핸디캡을 감독은 완득과 동주는 물론 극 중 등장하는 모든 크고 작은 캐릭터들에 사람 냄새를 풍기게 하는 것으로 만회하려 했다. 성공적이다. 등장인물들의 기막힌 앙상블 덕분에 다분히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도 깔깔대고 웃으며 볼 수 있다. (김윤석과 유아인의 화학 반응은 실로 압권이다.) 장면 연출도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사람의 감정을 과도하게 '업' 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장면들에서도 감독은 매번 침착하고 드라이한 시선을 유지한다.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흔한 '과잉'이 아닌, 절제의 미학이라는 사실을 감독이 이제 안 것일까? 그렇다면, 대환영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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