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퇴직연금 몰아주기 심각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정재우 기자] 대기업의 계열 금융사에 대한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가 유치한 퇴직연금 중 계열사로부터 받은 규모가 전체의 90%에 달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조만간 퇴직연금 실태 점검에 나서 계열사간 부당지원이 있었는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이한구 기획재정위원회 의원(한나라당)은 7일 국감자료를 통해 "대기업 소속 퇴직연금사업자를 중심으로 계열사간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계열사간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시장 교란과 수급권자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명백한 부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자료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의 계열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6월말 기준 5492억원으로 지난해 5월말 11억원에서 500배 이상 급증했다. 하이투자증권이 모집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82.7%가 모기업인 현대중공업 계열사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는 HMC투자증권도 계열사 적립금 급증세에 힘입어 증권사 퇴직연금 시장 1위를 차지했다. HMC투자증권의 계열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6월말 기준 1조7003억원으로 지난해 5월 49억원에서 344배 이상 부풀었다. HMC투자증권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계열사가 모아준 적립금은 90%에 달했다.

이 의원은 퇴직연금 계열사 몰아주기에 대해 "수급권자인 근로자의 사업자 선택권과 장기 안정적인 수급권을 저해할 수 있고, 계열사간 부당이익 제공 행위이자 타 사업자에 대한 경쟁제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불공정행위에 해당된다"며 시급한 개선을 요구했다.


증권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도 계열사가 있는 입장에서 한편으로 이해는 되지만 아쉽기도 하다"며 "단기간에 계열사 적립금이 급격히 불어나는 모습은 밖에서 보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평했다. 그는 "초기단계이고 수익률에 대한 검증이 안돼있어 계열사 자금이 몰릴 수 있지만 추후에는 결국 공정경쟁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이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실태점검을 벌일 계획"이라며 "특별히 부당이득을 제공하거나 과도한 금리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를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열사간 거래가 모두 위법인 것은 아니므로 부당한 지원이 있었는지가 점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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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금융원구원 김병덕 선임연구원은 "계열사에서 몰아주기 한 퇴직연금을 제대로 관리 못하면 계열사 퇴직연금 전체가 한번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최근 문제되고 있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HMC증권의 시장내 순위가 치솟은 것에 대해서도 "시장경제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감독당국에서도 규제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공정한 경쟁이 됐다면 이러한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사후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계열사에서 일정규모 이상은 받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라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규성 기자 bobos@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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