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공사로 소가 사산하고 토끼가 새끼를 죽여요”
[르포] 호남고속철도 공사로 100여 가구가 피해입은 충남 연기군, 공주시 현장…정신적 피해 갈등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하루 세 번 집이 흔들릴 때마다 벽이 갈라져 잠을 잘 수 없다.”, “공장에 금이 가고 지하수가 터져 급하게 내 돈을 들여 다시 지어야 했다.”
호남고속철도 공사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울분을 토했다. 길이 3345m의 장재터널 공사가 벌어지는 충남 연기군 금남면 성덕리 주민들과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 주민들은 언제 집이 무너질 지 불안해 하고 있다.
성덕2리의 현대순(71)씨는 대문 옆 창고의 벽이 갈라지며 기울어져 4일 오후 창고를 헐어버렸다.
현씨는 “이 동네 40가구가 죄다 금이 갔다. 안방 벽이 갈라져 작은 방에서 잠을 잔다” 며 “건설회사서 조사해 갔는데 언제 보상이 된다는 말도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이 동네에선 현씨의 창고와 김영수(가명)씨 집이 무너질 위험에 놓여 건설사가 집을 새로 짓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현씨는 “윗동네에선 소가 스트레스를 받아 새끼를 낳지 못하고 뒷집은 옹벽이 내려앉아 위태위태하다”고 말했다.
장재터널의 반대쪽 입구인 마암리 주민들도 피해가 크기는 마찬가지다. 이 마을 30가구가 금이 가고 기울어졌다. 이 마을에서도 키우던 소가 사산했다.
배광봉(50) 마암리 호남고속철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1만여 마리 가까이 키우는 토끼농장에선 어미 토끼들이 새끼를 사산하거나 낳은 새끼를 잡아먹기까지 했다”며 “건설사에서 토끼에 대한 보상기준이 없다고 해 농장주가 허탈해한다”고 말했다.
마암리 주민들은 분진과 발파소음, 집 피해 등의 보상을 요구하며 지난달부터 공사현장에서 집회를 해왔다.
호남고속철비상대책위원회서 주민 20여명의 민원으로 시행기관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피해보상요구를 했지만 공단에선 “환경기준을 지키고 있어 피해보상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배 부위원장은 “마을주민들이 울분을 삭이고 있다. 언제 어떻게 터질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건설사에 무리하게 요구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물피해에 대한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진근씨의 막내 딸이 생활하는 방이 금이 가고 기울어졌는데, 새벽에 발파진동이 올 때마다 방에서 뛰쳐나온다고 한다”며 “주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건설사가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마암리는 산골짜기에 자리잡아 북동쪽으론 장재터널의 발파작업이, 반대쪽 골짜기에선 계룡터널의 발파작업이 진행돼 주민들이 입는 피해는 다른 마을보다 더 하다.
게다가 지난 4월 계룡터널공사현장에서 흘러나온 폐수로 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마암천(구 말티천)의 물고기 10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환경오염 논란까지 있었다.
장재터널 피해와 관련, 시공사인 두산건설 관계자는 “본사에 보상팀이 만들어졌고 최대한 보상할 방침”이라며 “조사결과에 맞춰 보수를 하고 장마철에 급한 집은 먼저 공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보상요구에 대해선 “마을발전기금으로 보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호남고속철도 1-4공구 계룡터널의 시공사는 대우건설로 2013년까지 공사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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