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낙하산 새국면될 공기관 지방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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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돼 왔던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가기 싫어도 가야되고 돈이 없어도 신축청사를 지어야 한다. 현재로선 허허벌판에 아무것도 없다. 가족과 생이별 해야 할 직원들은 졸지에 기러기아빠, 주말부부 신세가 될 것이다. 미혼 직원들은 지방에 근무하는 핸디캡으로 결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기관장과 감사 등 넘버 1,2 자리는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지방이 아니라 산간벽지에 갖다놓아도 마찬가지리라. 임기 3년(감사 2년)에 최소 연봉 1억이 보장되는 자리, 최소 수백, 최대 수만명 직원의 인사권과 조직운영, 예산권을 갖고 있는 자리다.

역대 정권에서도 두 자리는 치열한 로비가 벌어지고 낙하산 인사의 대표적인 자리였다. 현재나 다음정권이나 그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공공기관은 줄잡아 157개에 이른다. 기관장, 감사자리만 300여개가 넘는다.


대통령이 5년간 논공행상으로 챙겨줘야 할 인사가 2000여명이라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낙하산을 통상 50%로 친다면 150여명에 이른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끝나면 낙하산은 어떤 변화가 올까. 서둘러 예측한다면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는 단점이 있지만 낙하산 인사들로서는 매력적이다.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정치지망생들에게 지방에 소재한 공기업 감사자리를 놓고 자리차지 경쟁이 눈에 훤하다. 그간의 공기업 임원채용과정을 보면 기관장은 관료 출신이 지배적이고 더러 민간출신이, 감사자리는 전부가 정치인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감사는 기관장에 이은 조직의 넘버 2지만 기관장 이상의 파워를 갖고 있다.


몇몇 공기업의 경우 사장실보다 감사실이 더 크다. 사장실 건너편에 일부러 감사실을 둔 곳도 있다. 공기업 직원들 조차 감사가 언제 바뀌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른다. 공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감사(監査)라는 자리는, 감사(感謝)하는 자리"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여기에 해당지역이 고향이고 지역출마를 생각한다면 지역소재 공기업 감사자리는 "이 보다 좋을 순 없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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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갖은 행사에도 지역주민의 사회공헌이라는 명목으로 언제 어디서나 참석하고 얼굴을 내밀 수 있다. 지역사회에 위한 기부활동도 모두 기관의 사회공헌으로 포장할 수 있다. 또 좋은 것은 공기관을 감시하고 평가해야할 기획재정부는 저 멀리 세종시에 있고 감사원은 서울에 남아있다. 3년,2년의 임기를 채운다면 해당 소재의 총선, 재보선에 공천을 받기는 아주 그만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이라는 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낙하산부터 막아야 한다. 낙하산이 불가피하다면 제대로 된 인물을, 이마저도 어렵다면 강력한 견제와 감시장치, 처벌규정이 필요한 이유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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