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키세스초콜릿 등의 제품으로 유명한 미국의 초콜릿제조사 허쉬의 데이빗 웨스트(47) 최고경영자(CEO)가 18일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오렌지주스 등으로 잘 알려진 델몬트 푸드의 CEO로 자리를 옮긴다.


“충분히 이뤘다, 이제는 다른 도전 찾아 떠날 때” 데이빗 웨스트 허쉬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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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는 성명을 통해 “허쉬에서 10년을 함께 한 후 이제는 또다른 도전에 나설 때라고 생각했다”면서 “다각화된 브랜드로 변모한 델몬트에 강한 흥미를 갖게 되었으며 마침 적절한 시기에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델몬트는 웨스트가 6월부터 이사회에 합류하며 8월 15일 CEO로 취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이적은 지난 3월 델몬트가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베스타캐피털파트너스·센터뷰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53억달러로 넘어간 지 두 달만에 일어난 것이다. 허쉬는 존 P. 빌브레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CEO대행으로 임명했다.


웨스트 CEO는 쓰러져 가던 허쉬를 극적으로 회생시켜 최고의 성장세를 보이는 식품업체로 바꾼 장본인이다. 크래프트푸드의 나비스코비스킷앤스낵 그룹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하던 중 2002년부터 허쉬에 합류한 그는 2007년부터 CEO로 취임해 3년 동안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웨스트 CEO의 지휘 아래 허쉬의 매출은 2008년 51억3000만달러에서 2010년 56억7000만달러로 신장됐다. 생산비용 절감에도 상당한 성과를 냈고 광고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허쉬의 주력을 키세스와 리스초콜릿 등 핵심상품으로 바꿨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입맛을 비싼 프리미엄 초콜릿에서 값싼 허쉬 제품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동안에도 허쉬는 12개 분기 중 11개 분기에서 순익상승을 기록했다.


그가 새로 몸담을 델몬트는 허쉬에 비해 비교적 작은 회사다. 델몬트의 2010년 매출은 37억달러로 같은 기간 허쉬의 57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델몬트는 애완동물용 사료 미아우믹스(Meow Mix) 등 유명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으나 2011년 2분기 매출은 채소·토마토 제품의 시중 수요 감소로 위축됐다. 그의 능력이 다시 발휘될 지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경력의 정점에서 이적을 택한 이유를 놓고 애널리스트들은 다양한 의견을 냈다. 에린 스미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델몬트로 이적하면 경영전략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더 자유로운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점에 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쉬의 기업구조는 자선 트러스트가 의결권부주식의 80%, 전체 지분의 32%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CEO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였다고 스미스는 지적했다. 대주주의 개입으로 갈등을 빚는 일이 많았으며 이러한 점이 과거 갑작스런 조직개편을 야기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한 예로 2009년 허쉬는 크래프트가 영국 초콜릿제조사 캐드베리를 가져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170억달러를 제시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웨스트 CEO는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인수에 반대했으나 대주주가 이를 밀어붙였던 것이다. 결국 캐드베리는 크래프트에 195억달러로 인수됐다.


로버트 모스코우 크레디스위스 애널리스트는 “비록 더 작은 기업체로 옮기는 것이나 더 높은 보수를 약속받았을 것이며 델몬트를 인수한 사모펀드 오너들과 가까운 관계라는 점이 그의 결정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센터뷰캐피털의 공동설립자 제임스 킬트는 프록터앤갬블 이사회 부회장을 역임한 인물로 웨스트가 나비스코에 재직할 때 CEO였으며 웨스트의 멘토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가까운 인적관계도 이적의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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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허쉬의 전망에 대하서도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조너던 피니 재니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웨스트 CEO가 떠났지만 그의 경영팀이 아직 건재하고 그를 보좌해 왔던 빌브레이 COO가 있기에 허쉬의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에릭 카츠먼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웨스트 CEO의 출중한 능력 때문에 허쉬 직원들의 충성도가 남달랐다”면서 “그의 이적은 허쉬에 있어 큰 손실이며 그를 흠모하는 고위급 임원들이 그를 따라 옮겨갈 가능성도 높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쉬의 주가는 18일 웨스트 CEO의 사임 발표 후 1.60달러(2.8%) 가까이 떨어진 55.48달러를 기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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