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법률강국 영국이 한-EU FTA로 올 여름 개방될 우리나라 법률시장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 당장 영국 최대 로펌을 필두로 굴지의 로펌들이 들이닥칠 태세다. 우리나라 변호사 업계의 전략은 수비가 아닌 맞불. '내 집 지키기'에 몰두하지 않고 해외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춰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안나 프라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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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은 영국 변호사협회(Law Society of England and Wales) 국제과 북아시아태평양 담당관인 안나 프라그 과장이 열었다. 프라그 과장은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겸 기자회견에 참석해 "1차 개방이 시작되면 영국 최대 로펌인 클리포드 챈스를 필두로 5개 로펌이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클리포드 챈스의 연 매출액은 약 18억7000만달러다. 현재 우리 법률시장의 규모가 약 2조원인 사실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매머드급 공격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앨런앤오버리, 디엘에이파이퍼 등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영국의 주요 로펌들이 클리포드 챈스를 앞세워 한국에 상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그 과장은 "추이를 봐가며 2ㆍ3차 개방 이후 더 많은 영국 로펌이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 '자칫 영국 등 유럽 법률 선진국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프라그 과장은 "한국 시장은 매력적"이라는 말로 야심을 드러냈다. 그가 한국 법률시장에서 매력을 느낀 건 한국 기업들의 역동적인 국제활동 때문이다. 프라그 과장은 "한국은 기업들의 활발한 국제거래 덕에 해외자문 수요가 풍부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법조 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최정환 국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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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에 나선 국내 변호사업계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태세다. 방어 전술의 핵심은 '우리도 동시에 해외로 나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프라그 과장과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최정환 대한변협 국제이사는 "영국 로펌들의 노림수는 국내 송무시장이 아닌 삼성, 포스코 등 기업들의 해외 업무와 관련한 법률자문"이라고 진단한 뒤 "우리나라도 해외시장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구조를 가진 만큼 이런 특성을 감안해 법률시장 개방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 이사 설명대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43.4%)ㆍ수입(38.8%) 의존도가 모두 G20 국가들 중 1위다. 최 이사는 "그동안 국제적인 대규모 거래에 국내 로펌들이 제대로 진출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법률시장 개방 이후 성패는 우리 시장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아니라 국내 법조인력이 해외로 얼마나 진출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변호사회(IBA) 회의 및 IBA 서울본부 유치 등을 바탕으로 한국 변호사의 위상과 발언권을 강화해 국제법조단체의 리더로 나서겠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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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그 과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전 세계에 퍼져있는 영국 로펌의 네트워크와 풍부한 해외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 진출 또한 성공할 것"이라며 거듭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 이사는 "우리가 일본처럼 해외시장을 빼앗긴다면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라면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한편, 지난 4일 국회에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법률시장 3단계 개방안'은 오는 7월부터 발효된다. 개방은 1~2년씩 나눠 3단계로 진행되며 2016년에 '완전개방'이 이뤄진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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