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최열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환경영화제를 떠올린 건 2002년 여름 스위스에서 열린 '지구의 벗 세계 총회'에서다. 총회 기조 연설에서 "21세기는 환경과 문화가 결합해야 한다"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매체로 한국에서 환경영화제를 시작하겠다"는 말을 내뱉은 것이 단초가 됐다. 올해로 8회 째를 맞는 서울환경영화제(5월 18일~25일, CGV상암)의 첫출발은 이렇게 백지에서 그려졌다. 처음엔 영화제를 열만한 재원도 없었고, 영화제를 운영하는 매커니즘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는 서울시와 산림청 등 지자체와 공기업들부터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영화인들이 합류하면서 2004년 이화여대에서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가 열렸다. 첫출발치고는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를 했고, 환경재단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폐막식 행사는 영화제 집행위원이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주관했을 정도다.
공교롭게도 2011년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진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는 황혜림 씨는 올해 환경문제를 더 깊고 넓게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쟁점 2011: 핵, 원자력, 에너지 소비의 그늘'이라는 섹션이 그것이다. 작품 수를 확대하고 체르노빌만이 아닌 원자력 전반의 이슈를 다룬다. 환경 영화는 '어렵고 따분한 다큐멘터리'만 있다는 일반의 편견을 잠재우기 위해 대중성과 완성도를 겸비한 작품들을 끌어왔다. 임순례, 송일곤, 박흥식, 오점균 등 국내 감독들이 연출한 반려동물 관련 옴니버스 프로젝트 '미안해, 고마워'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이 그것이다. '아프리카의 눈물' '최후의 툰드라' 등 명품 자연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다. 영화 이외에 생생 콘서트와 갤러리, 도시 텃밭 체험 같은 볼거리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올해 영화제의 특징이다. 영화제 다음 일정을 묻자, 일년 내내 영화를 상영하고, 환경 포럼과 세미나, 체험 행사가 진행되는 '영상 환경 미디어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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