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의 해악은 누구나 공감한다. 공기업만 해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낙하산 인사를 할 만큼 한가한 처지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7개 주요 공기업의 총 부채는 271조9511억원에 이른다. 전년보다 14.4%, 34조2491억원이 증가했다.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가 그 방증이다. 지난해 94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평가에서 대선 캠프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나라당 등 정치권 출신이 기관장인 공기업 24곳 가운데 10곳이 C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기관장 개인평가에서도 경고 대상인 '미흡(50~60점)'과 '아주 미흡(50점 미만)' 등급을 받은 기관장 20명 중 60%인 12명이 정치권 인사다. 반면 '탁월'과 '우수' 평가를 받은 기관장 중 정치인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진정한 공모제를 통해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 최고경영자(CEO)를 공기업 사장으로 뽑겠다고 강조해 왔다. 청와대는 총선 낙천, 낙선자를 6개월간 공직에 앉히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모두 다 빈말이 돼버렸다.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는 계속됐다. 지난해 8ㆍ15 이후 감사를 교체한 공기업 23개 중 60%가 넘는 14곳이 정치권 인사로 채워졌다. 이런 식이라면 공기업 선진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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