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타르색소 규제 '시늉만'
현실에 안 맞는 '헐렁한 기준'... 외국과 통상문제도 의식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타르색소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특정 타르색소 종류는 아예 퇴출시키고, 나머지도 극히 소량만 쓰도록 했다. 하지만 규정만 새로 만들었을 뿐 현실적으로 변하는 것은 없어 실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의약품ㆍ의약외품 및 화장품용 타르색소 지정과 기준 및 시험방법' 일부를 개정하고 이를 행정예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의약품용으로 허용된 총 76가지 타르색소 중 미국, 유럽연합 등이 사용을 금지한 17가지는 삭제하기로 했다. 또 11가지는 의약품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먹지 않는 종류의 의약외품과 화장품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나머지 48가지 타르색소는 현행대로 사용할 수 있으나 원료약품 총 분량의 0.1% 이하로만 사용토록 규정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의약품 등의 사용지침이 없어 혼선이 생겼다고 판단해 사용량과 종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고시가 현재 타르색소 사용 현황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특히 어린이용 감기시럽과 임신부 철분제에 타르색소가 함유된 문제점이 주로 제기됐지만, 식약청은 이런 제품들을 예전처럼 그대로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 두 가지 의약품에 함유돼 안전성 논란이 있던 황색5호, 청색1호, 적색40호, 황색203호 등 타르색소에 대한 규제는 변한 것이 없다. 또 지금까지도 제약업체들이 타르색소를 0.1% 이상 넣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규정이 강화된 것도 아니다.
소비자 단체 등에서는 어린이나 임신부 등에는 타르색소 사용기준을 달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식약청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반영하지 않았다. 또 안전성 논란이 있는 11가지 종류를 '의약외품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은 '외국과의 통상 문제'를 우려해서다.
타르색소는 어린이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태아 성장발달에 위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어린이 도시락 반찬에 황색 4호를 섞지 않으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향상됐다는 연구결과도 타르색소 사용금지를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갑작스레 내용물을 바꿔야 하거나, 제품 고유의 색상을 포기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던 제약업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이견이 없으며 찬성한다'는 의견을 식약청에 보내왔다.
관련 문제를 지적해 온 전현희 민주당 의원 측은 "문제의 핵심은 임신부와 같은 건강취약계층에게 무타르색소 의약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번 고시개정은 매우 미흡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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