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절대로 안 우는데 참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린 분도 있었고, 비행기 안에서 영화 보다가 큰소리로 울어서 창피당했다는 일화를 쑥스럽게 고백한 분도 있었습니다. 나이 들면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온다던데 더 심해지면 어쩌느냐는 농담 섞인 걱정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울보가 돼 가고 있는 게 저 하나뿐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원제 The Empathic Civilization)'라는 책에서 원래 인간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입능력은 본성적인 것이며, 커뮤니케이션의 지평이 확대됨에 따라 이제 자유와 평등의 시대 대신 전 지구적인 공감과 협력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는 이와 같은 전 지구적 공감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한편 신경생리학과 경제학을 결합한 최근 연구들은 우리 뇌의 감정이입영역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남과 나의 몫을 나누는 것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선택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매일매일을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루하루의 생활반경, 그 좁은 범위를 넘어 다른 이와 '공감'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진 다음 날 어떤 언론이 이번 지진이 한류에 미칠 영향과 김연아의 스케줄 차질을 우선 심각하게 걱정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변명인지 모르지만, 저를 포함한 40대 남자들이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펑펑 운다는 것이 조금은 희망적인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비아냥이 섞여 있지만 강남좌파라는 신조어에서도 저는 그런 조짐을 봅니다. 그 엉뚱한 눈물은, 혹은 이론은 (비록 잠시라 하더라도) 자신이 딛고 선 물적 토대와 공간적 한계를 넘어 다른 사람의 삶에 마음을 실어보고 있다는 증거이니 말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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