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이 평창을 방문했을 때 총리를 비롯한 높은 분들이 모두 행차해 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국가적 법석을 피웠다. 문제라도 제기할라치면 이건 완전히 매국노 취급 당할 분위기다.
이들이 밝힌 18가지 반대 사유 중 주요 내용을 보면 지구 온난화로 알프스 지역이 매우 따뜻해져 동계올림픽을 치르기엔 눈이 부족해 인공 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인공 눈은 헥타르(1㏊=3000평)당 7t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것과, 30㎝ 높이의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선 ㏊당 무려 100만ℓ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 경기장뿐만 아니라 도로와 주차장 건설 등으로 심각한 환경 파괴가 예상되고, 경기장을 새로 지으면 기존 경기장은 아예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16일에 불과한 동계올림픽은 '반짝 행사'일 뿐이며,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선 29억~35억유로(약 4조5000억~5조4000억원)를 투자해야 하지만 수익성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최대 수혜자는 IOC다. 스폰서로 나서는 대기업이나 부동산 업자는 돈을 벌겠지만 개최도시는 큰 이익이 없고,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 세입자인 지역민 중 상당수가 쫓겨난다는 것이다.
무조건 세계대회나 회의를 유치하기만 하면 뭐가 될 것처럼 홍보하고 국민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매년 나라를 바꿔가며 개최하는 것이고 개최국이 의장을 당연히 맡게 돼 있다. 그것을 가지고 우리가 G20 국가들의 지도자나 된 것처럼 홍보하고 야단을 떠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평창과 뮌헨이 다른 점은 바로 국민의 의식수준을 소위 지도자들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이다.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못한다고 해서 국가의 체면이 손상되는 것도 아니고 그걸 한다고 해서 국가위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수준에 걸맞게 지도자들이 좀 차분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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