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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정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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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전쟁의 여신> 마지막 회 월-화 SBS 밤 9시 55분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지루할 수도 있지.” NTS의 권용관(유동근) 국장은 손혁(차승원) 일당을 몰살한 뒤, 정우(정우성)에게 말했다.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아테나>는 그랬다. 우습고, 지루했다. 최근 아예 연관 검색어가 되어 버린 GBU-28 폭탄을 미사일로 둔갑시키거나, 최소한의 은폐 엄폐 없이 무차별적 총격전을 펼치는 수많은 오류들이 극에의 몰입을 끊임없이 방해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는 이야기라 자평하는 그 가소로움이야말로 <아테나>의 핵심적인 결함이다. 신형 원자로를 둘러싼 한국 정부, 북한, 그 외 국가들, 그리고 테러조직 아테나의 욕망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드라마는 여러 욕망이 맞물리며 만들어질 수 있는 다층적 서사 대신, ‘국익은 정의’로 등치시키며 정의 대 불의의 이분법으로 모든 사건을 단순하게 풀어나갔다. 이것이 선택의 차원이 아닌 능력의 문제라는 건 드라마 스스로가 증명한다. 우리 편이 좋은 놈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 대결 구도를 옳은 신념 대 잘못된 신념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철학적 고민도 없던 <아테나>는 결국 손혁을 그릇된 신념을 지닌 안티 히어로가 아닌, 질투에 눈먼 치정극의 주인공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겨우겨우 선과 악의 갈등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실소가 나오던 마지막 장면, 정우와 혜인(수애)의 해후는 결국 이 드라마를 이끌었던 건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질투였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지 그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드라마 안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드라마 바깥에서 너무 많은 돈을 썼다. 만약 <아테나>가 정의를 보여준 것이 있다면, 무의미한 과잉은 이제 시청자들도 외면한다는 걸 증명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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