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병 '거식증'
<홍윤기의 스타몸짱學>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사벨 카로’를 입력하면, 실제라곤 믿기 어려운 사진들이 연이어 뜬다. 저개발국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기아만큼이나 마른, 앙상하다 못해 뼈에 가죽만 붙어 있는 듯한 기인(奇人)의 모습이다.
사진의 주인공 이사벨 카로는 81년 프랑스에서 출생한, 165cm의 30.8kg의 모델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해 11월, 28세의 꽃다운 나이로 갑자기 사망해 버린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그녀의 몸무게를 감안하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병이 지독한 거식증이었음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녀의 불행한 죽음이 발생한 지 두 달도 채 안된 몇 주 전, 이사벨의 모친은 딸에 대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고 말았다.
이사벨의 거식증은 13세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몸과 마음을 15년간 지배한 거식증은 오랫동안 패션계에서 ‘프로아나(Pro-ana)’라는 이름의 트랜드로 불려왔다. ‘프로아나’는 찬성 혹은 지지를 의미하는 ‘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Anorexia’의 합성어다. 가녀린 몸매를 아름답다고 여기며, 극기에 가까운 식이요법을 쓰다 못해 거식증을 가진 것도 용납되어 왔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사벨을 비롯한 일부 모델과 패션계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거식증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패션계 내에서 거식증 모델들을 퇴출시킴으로써 자정노력에 나서고 있다.
거식증의 정확한 학명은 신경성 식욕부진증. 살을 빼려는 지속적인 행동, 체중감소, 음식과 체중에 연관된 부적절한 집착 등을 나타내는 대표적 섭식장애 중 하나다. 폭식과 자발적인 구토 등을 반복하거나 음식을 숨겨놓고 먹는 등의 이상행동이 나타나곤 하며, 식욕이 감소하는 경우는 질환의 말기로 분류해 심각한 경우로 본다.
거식증 환자의 몸에는 피하지방이 적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추운 날씨에는 저혈압, 저체온, 피부 건조 증상이 나타나기 쉬우며, 영양 부족 때문에 호르몬 분비가 감소돼 무월경 증상이 생기며, 골밀도가 감소해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고,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는 극심한 탈모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감정의 극심한 기복이나 불안, 우울 등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거식증 환자들은 스스로를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숨기려고 하기 때문에 주위의 도움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복은 더욱 어려우므로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에는 약 1만 여명의 거식증 환자가 있으며, 대부분 10대 및 20대의 젊은 여성이 주를 이루고, 이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키에 대한 정상체중에서 85%이하이면서, 외모 콤플렉스가 있고, 식사를 거부하는 조짐을 보인다면 거식증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남긴 명저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는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정의한다. 절망은 자아의 정신적인 병이며, 죽음에 이르는 절망은 각각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절망, 스스로이기를 원치 않는 것에 대한 절망, 스스로이기를 원하는 것에 대한 절망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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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르의 설명에서 거식증을 앓는 여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일면 겹쳐 보이는 것은, 그들의 모습이 이렇게 절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들의 슬픈 고생이 절망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선,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홍윤기 바람성형외과 원장(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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