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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거스너(IBM)·피오리나(HP) &구본준(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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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어깨가 무거우신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님.

부회장님이 LG전자의 사령관으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퇴근길에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동안 흥한 기업, 성공한 기업에 대한 책은 부족하나마 몇 권 읽었는데 ‘기업이 망하는 징조를 다룬 책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LG전자가 망하는 징조를 찾자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 중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사세가 크게 위축된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역설적으로 LG전자의 돌파구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겨우 인구 500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 세계 경제 10위권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LG라는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고 특히 세계 전자시장, 그리고 한국의 전자기업군의 발전을 위해서는 LG라는 기업의 위치가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고른 책의 한 챕터에 HP의 '칼리 피오리나'와 IBM의 '루이스 거스너 주니어'라는 CEO가 등장합니다. 아시는 이들이겠지만 이들은 모두 실적부진에 빠진 기업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들입니다.
피오리나(사진)는 취임 후 취임을 하자 마자 포브스, 포천, 비즈니스 위크가 앞 다퉈 그녀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고 연일 인터뷰를 하며 HP의 비전을 제시했었죠. 1998년에 오프라 윈프리를 제치고 포천이 선정한 ‘비즈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여성 실력자’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스타 CEO니 세상이 들썩거릴 만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창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요란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면서 세상을 주목을 받았는데 그의 임기동안 실적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합니다.

<출처 : 블룸버그>

<출처 :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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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거스너 주니어(사진)는 피오리나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취임 초 인터뷰는 물론 100일이 지났을 무렵 언론이 홍보기사를 싣겠다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고맙지만 사양하겠소. 당면과제를 분석하느라 힘겨운 날을 보냈을 뿐이요”

그는 또 나중에 한 언론사의 편집자에서 이렇게 토로합니다.

“이 정도로 큰 기업에서 한 달 정도 만에 변화 일정표를 제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경영에서 뭔가 거대한 계획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 잡고 싶습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

거스너 재임시절 IBM의 매출 이익은 완만하게 상승, 첫 재임 1년간 5%, 재임 마지막 1년간은 9%까지 상승했습니다.

업무파악으로 분주하신 구 부회장님께서는 두 사례 중 어떤 방향을 택하시고 계십니까?

외부에 비쳐지기는 아마도 거스너에 가깝지 않나 보여집니다. 일체 언론 접촉을 하지 않고 조용히 업무파악하시느라 생산현장을 순회하고 계시니까요.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LG전자의 CEO는 소비자와의 소통에 벽을 쌓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B2B가 아니라 B2C기업으로서 TV와 핸드폰, 생활가전은 과거와 달리 만들면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 소비자와의 생각을 담은 제품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R&D직군 뿐 아니라 폭넓은 임직원들과의 만남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물론, 소비자의 판단과 지적을 객관적으로 가감없이 전달해 줄 수 있는 직군 중 하나는 ‘기자’집단도 될 수 있을 겁니다.

전자업계에서 수십년간 근무하셨고, 오너의 일가라서 세상의 기대가 무척 큽니다.

그러나 LG전자가 가야 할 길은 당장의 기대충족이 아니라 향후 100년 지속 가능한 기술개발 토대 마련과 이를 통한 소비자친화제품 출시, 또 내부적으로는 1등정신으로 무장됐으면서도 근무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LG전자가 3분기에는 적자를 낼 것이라고들 증권가가 점치고 있습니다. 최근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부문을 제외하고도 2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냈으니 심적으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으시겠죠.

하지만 구 부회장님이 세상(소비자)와 소통하시면서 ‘LG전자’에서 ‘한방’의 역전을 노리는 제품보다는 ‘시대를 앞서가는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글로벌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길 기대해 봅니다.

1996년 뉴질랜드 산악인 롭 홀은 해발 8500미터 차가운 에베레스트 산속에서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아내와 작별인사를 하려고 고군분투했습니다.

“잘 자, 사랑하는 당신. 너무 걱정하지마’

위성전화가 없었다면 세계인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 감동적인 이 마지막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화연결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리듐’프로젝트를 단행한 모토로라의 현재는 초라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구 부회장님의 앞서가는 경영판단과 소통, 추진력에 임직원들의 결속력이 더해져 LG전자가 다시 한번 세계 휴대전화 및 TV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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