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제는 개천에서 용 못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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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연공보다는 능력이라지만 고시제도를 개편한다는 것은 결국 스펙이 뛰어난 일부 특권층 자녀들만 등용하겠다는 현대판 음서제도 아닌가요”(‘3대고시 존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코리안 드림’의 가장 빠른 지름길로 여겨지던 사법·외무·행정고시 등 이른바 3대 고시가 갈림길에 섰다. 현직 장관의 딸을 채용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 채용일정을 도입하고 따님이 탈락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선택된 심시위원까지 투입된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고시 개편안’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의지가 굽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시패스만을 위해 공부만 한 공부벌레보다는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전문가를 선발해 다방면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이번 외교부 장관의 따님 모시기 미션이 들통 나면서 취지는 사라지고 한 순간에 음서제도로 전락했다.


물론 지난달 행안부가 행정고시 합격자를 50%까지 축소한다는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을때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언론은 물론 각종 시민단체들까지 이 같은 사태를 우려했고 결국 적중하고 말았다.

문제는 급해도 너무 급했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지금에 와서야 “당과 협의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청회를 거쳐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수습했지만 당장 내년부터 채용인원의 30%를 전문가로 뽑겠다는 의지는 아직 살아있는 듯싶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시 준비생들도 직접 들고 일어났다. 한 인터넷에 개설된 행정고시 관련 카페는 순식간에 행안부 비난의 장이 됐으며 600여명의 고시생은 ‘3대고시 존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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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특혜가 일어날 가능성을 두고 철저한 검증과 준비단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지금은 아무말도 해줄 수 없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행안부가 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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