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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재벌가 자녀'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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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자녀는 나이가 많고 적고간에 공통적인 속성을 갖게된다. 이른바 '오너DNA'. 타고날 때부터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업경영의 오너가 돼야 하는 운명을 짊어진 것. 딸이든 아들이든, 직계든 방계든 차이가 없다. 설사 초기에 다른 영역에 발을 들여놔도 궁극적으론 기업 오너의 길을 걷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병원장을 하든 국가대표 선수로 뛰든, 가정주부였든 상관이 없다. 이러한 현상은 재벌가 2세에서 3, 4세로 패러다임이 급속히 전이되면서 더욱 굳어지고 있다.

미성년자 주식부호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증여나 상속을 통해 지분가치가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재벌 꼬마들도 즐비하다. 걸음마도 제대로 못 하는 갓난아기 때부터 지분을 소유하기도 한다. 이미 1대 주주로 올라선 경우도 있다. 결국 태어나면서부터 이들은 '선택의 삶'이 아닌 '주어진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현재 짱짱하게 잘 나가는 재벌가의 직계 자녀들은 거의 예외없이 가업에 뛰어들었다. 적성에 맞든 안맞든 그건 괘념치 않는다. 형제자매 또는 다른 경쟁자에게서 자기의 지분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불가피성이라고나 할까.

직계가 아닌 방계라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다. 부자는 망해도 3대가 먹고 산다고 했던가. 대권 계승에서 패배했더라도 상당 규모의 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규모가 크든 적든 기업경영을 도모한다. 잘 되면 또 다른 위성 재벌가를 일구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여적이 녹록지 않다. 핵분열에 실패하게 되면 다음 세대로 내려가서 할아버지 또는 증조할아버지인 창업주를 기리며 야망을 키우게 된다. 잘나가는 사촌이나 친인척을 시샘하면서 이를 악다물기도 한다. 절친이면 SOS가 통한다. 잘나가는 본류에서 자금조달을 받거나,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권을 넘겨 받기도 한다. 간혹 너무 빠른 성공에 목말라하며 불법과 탈법의 머니게임을 벌이면서 한순간 나락에 빠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 들어 재벌가에 자살이 잇따르는 것은 그만큼 실패한 황태자의 상실감이 컸기 때문일 게다. 기업경영 오너를 당위성으로 삼다보니 막다른 골목으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꼴이다. 재벌가 자녀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 것을 지키는 것만 배웠지, 버리는 것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태생이 은숫가락을 물고 나왔으니 오죽할까도 싶다.

사실 주류나 직계 계열에 편입되지 않으면 재벌가 자녀는 실패의 쓴맛을 볼 확률이 일반인보다 더 높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도 드물다. 온실 속의 화초다 보니 면역력도 떨어진다. 기껏해야 '재벌가 리그'에서의 여정만 배운다. 당연히 야생의 순환고리를 인식조차 못하는 게 허다하다. 그렇다고 주류나 직계가 넓은 아량으로 방계를 안아주는 일은 흔치 않다. 가지고 태어난 만큼 상실감도 더 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재벌가 3세와 만난 적이 있다. 한창 젊고 타 기업에서 근무하다 가업승계의 길로 접어든 지 얼마 안 된 앳된 오너였다.

"대학을 들어가기 전까지 꿈이 너무 많았어요. 부모님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해봤죠."

그렇지만 이 3세도 결국 자신의 길을 접고 경영학습에 발을 디뎠다. 국내 재벌가 자녀들은 왜 천편일률적으로 기업경영에 나설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창업주의 뜨거운 피가 후대에 '오너 병(病)'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재벌가 자녀에게 다른 길을 걷게 하자. 다양성을 심어주자. 이는 개별 재벌가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문화와 토양을 다지는 게 급선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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