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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늑대가 살린 옐로스톤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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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초 미국에 있었던 일이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관리자들은 아름다운 자연에 순한 동물들만 살려두기로 하고 산림감시원과 사냥꾼, 목장주인들에게 늑대를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1926부터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늑대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엘로스톤 국립공원은 곧 사슴과 엘크, 영양 등 온순한 동물들만 사는 멋진 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인간의 뜻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엘크를 잡아먹는 늑대가 사라지자 엄청난 숫자의 엘크 떼가 풀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풀이 자라지 못하게 되고, 새가 둥지를 틀 곳 또한 사라졌다. 코요테가 늘어 얼룩다람쥐가 줄었고, 얼룩다람쥐를 먹는 오소리가 자취를 감추는 등 공원 생태계가 파괴됐다.

급기야 공원 관계자는 69년만인 1995년에 늑대 10마리를 캐나다에서 들여와 공원에 풀어놓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그 후 생태계는 복원됐고 공원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날 옐로스톤은 늑대와 들소, 코요테와 다람쥐가 함께 사는 생태계의 보고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우리의 바다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다. 바로 해파리가 그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달 30일 독성해파리인 '노무라입깃해파리' 16만여마리가 동중국해에서 우리나라 연근해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해파리는 제주해협을 거쳐 서해, 남해, 동해남부 연근해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연구원 측은 덧붙였다.
최근 해파리가 늘어난 근본원인이 양분을 많이 함유한 육수(陸水)가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천적인 쥐치, 돌돔 등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까지 해마다 20만t 이상 잡히던 쥐치가 지나친 어획으로 1990년 이후에는 불과 1만t 미만밖에 잡히지 않고 있다. 말쥐취나 쥐치는 해파리를 즐겨 먹는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큰 말쥐치 1마리가 하루에 70g 무게의 중간크기 해파리 1마리를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쥐치가 줄어들면서 천적이 없는 해파리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해파리는 20여종류가 있다. 현재 대량 발생으로 어업에 피해를 주는 해파리는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 2종류이다. 보름달물해파리는 우리나라 바닷가 방조제 암초 등에서 부화해 연안에 서식하고,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중국에서 발생해 6~7월께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있다.

올해도 우리 연안에 보름달물해파리가 대량 발생했다. 방조제 안쪽에서 발생한 어린 해파리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5~6월 새만금 방조제에서 747척의 어선을 동원해 531t의 어린 해파리를 잡았다.

그러나 넓은 바다에 산재해 있는 해파리를 인력으로 구제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도 현재 해파리가 문제가 되고 있으나 획기적인 대책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해파리 대량발생을 줄이려면 결국 자연 생태계의 천적관계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자연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정부는 말쥐치를 자원회복 대상 어종으로 지정하고, 어린 쥐치를 바다에 방류하는 등 자원을 회복시키려는 대책을 추진 중이다.

늑대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되살린 것처럼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줬던 쥐치가 해파리 대량 발생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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