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의학은 국가로부터 '제도권 의료행위'로 인정을 받지 못한 치료법이다. 어떤 치료법이 대체의학에 속하는지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전통적인 민간이나 종교적 요법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따라 대체의학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허용한다고 우리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대체의학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명백하게 제도권 의료행위로 인정돼 의료보험까지 적용되고 있는 침과 뜸의 시술을 국가의 면허를 받은 한의사로 제한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 치료를 맡길 수 있는 '의사'의 자격을 확대해달라는 요구에 대한 판결이었다는 뜻이다. 그런 판결을 대체의학의 허용 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대체의학을 허용한다고 의사의 자격과 환자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의사와 침구사의 감정적인 정면충돌로 해결할 문제도 더욱 아니다. 자격 확대를 요구하는 침구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침과 뜸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주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그 의미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부작용이 심각하지 않다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신비로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침구사도 굳이 질병 치료를 해야겠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침과 뜸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침구사 양성을 위해 사회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 제도를 마련하면 된다. 투명성과 전문성을 지향하는 21세기에 침과 뜸만이 유독 신비(神秘)를 앞세운 비술(秘術)과 도제(徒弟)식 전수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현대 사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질병은 정치나 재판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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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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