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의학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27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아슬아슬한 판결이 불씨가 됐다. 침, 뜸, 온열(溫熱) 요법처럼 전통적인 민간요법에서 유래된 의료행위도 의사가 독점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결이었다. 지금까지의 판례와는 달리 이번에는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특히 "제도권 의료 행위 외의 치료법을 의료 행위에 편입하거나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다소 혼란스러운 지적이 논란을 확산시키는 빌미가 됐다.


대체의학은 국가로부터 '제도권 의료행위'로 인정을 받지 못한 치료법이다. 어떤 치료법이 대체의학에 속하는지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전통적인 민간이나 종교적 요법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따라 대체의학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허용한다고 우리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대체의학에 속하는 치료법이 제도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법으로 정한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런 검증 요구를 무시하고 국민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대체의학을 의료행위에 편입하거나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줄 수는 없다. 사법부가 사회 인식의 변화에 따라 법적 기준과 절차를 완화하도록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최종 결정은 전문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더욱이 대체의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탓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지만 별 소득을 올리지 못했던 미국의 경험도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대체의학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명백하게 제도권 의료행위로 인정돼 의료보험까지 적용되고 있는 침과 뜸의 시술을 국가의 면허를 받은 한의사로 제한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 치료를 맡길 수 있는 '의사'의 자격을 확대해달라는 요구에 대한 판결이었다는 뜻이다. 그런 판결을 대체의학의 허용 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대체의학을 허용한다고 의사의 자격과 환자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의사와 침구사의 감정적인 정면충돌로 해결할 문제도 더욱 아니다. 자격 확대를 요구하는 침구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침과 뜸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주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그 의미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부작용이 심각하지 않다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신비로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건강 증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특별한 의학적 효능을 기대할 수 없는 '건강보조식품'의 경우가 그렇다. 특정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과 일반적인 건강 증진을 위한 '건강보조식품'을 구분하듯이 한의사와 침구사의 시술 목적을 구분하는 것이 논란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의사는 질병 치료에 전념하고, 침구사는 질병 치료가 아니라 건강증진을 위한 시술을 전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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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사도 굳이 질병 치료를 해야겠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침과 뜸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침구사 양성을 위해 사회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 제도를 마련하면 된다. 투명성과 전문성을 지향하는 21세기에 침과 뜸만이 유독 신비(神秘)를 앞세운 비술(秘術)과 도제(徒弟)식 전수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현대 사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질병은 정치나 재판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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