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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허정무 노림수, 사상 첫 16강 通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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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비교적 맞아떨어졌다. 사활을 건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2-0으로 잡으며 교두보를 마련했다. 최소 실점을 노린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의 두 번째 경기는 1-4로 졌다. 예상했던 패배. 하지만 많은 실점이 아쉬웠다. 자칫 16강 진출을 가로막는 암초가 될 수 있었다. 최종전인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비길 경우 그리스-아르헨티나전 결과에 따라 16강 여부가 가려질 수 있었던 까닭이다.

대표팀은 불투명한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뒤 이청용(볼튼)은 “어차피 중요하지 않았던 경기”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서의 선전을 자신한 까닭이다. 월드컵 전 기자회견에서 허 감독은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잡고 16강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2승으로 16강 진출의 화룡점정을 찍겠다는 계산. ‘가상 나이지리아전’으로 치른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얻은 2-0 승리로 자신감까지 얻었다.
마지막 경기는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은 끝에 2-2 무승부를 거뒀다. 하지만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0-2로 패하며 한국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주력한 만큼 결과 얻은 그리스전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B조 본선 첫 경기. 대표팀은 벨라루스, 스페인 등을 통해 그리스전에 만전을 기했다. 허 감독은 경기 전 “승부는 초반 기 싸움과 세트피스에서 좌우될 것”이라고 점쳤다. 경기는 예상 그대로였다.

초반 무게는 그리스에 더 실렸다. 그 시발점은 공격수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였다. 한국 중원 왼쪽을 파고들며, 잇따라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세트피스로 공격 활로를 찾겠다고 선언한 그리스. 요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의 낮고 빠른 코너킥은 바실리오스 토로시디스(올림피아코스)의 발에 걸리며 위협적인 슛으로 연결됐다. 한국 수비수들이 미처 준비하지도 못한 찰나 벌어진 일이었다.
기 싸움에서 반전을 가져온 건 이미 두 번 월드컵을 경험한 '꾀돌이' 이영표(알 힐랄)였다. 전반 6분 좌측 코너 플랙 부근에서 공을 받아 무리한 센터링 대신 공을 끌며 세이타리디스(파나티나이코스)로부터 반칙을 얻어냈다. 그리스로 넘어간 흐름을 끊고, 집중 연습한 세트피스 상황까지 만들어 낸 것. 기성용(셀틱)이 차올린 공은 포스트 뒤쪽에서 달려들던 이정수(가시마)가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골로 연결됐다. 초반 승기를 확실하게 잡은 셈.

이후 그리스는 초반 선보인 빠른 템포의 역습을 잃어버렸다. 공격진으로 향하는 패스는 번번이 끊어졌다. 큰 키를 이용한 공중 공격도 무위로 그쳤다. 그리스가 전반 기록한 슈팅은 단 한 개. 초반 공격을 주도한 사마라스는 후반 13분 교체되며 고개를 숙였다.

기대하지 않은 아르헨티나전 패배와 4실점의 아쉬움

1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B조 본선 두 번째 경기. 대표팀은 승리보다 최소실점을 목표로 삼았다. 월드컵 개막 전 치른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0-1로 지며 그 가능성을 엿보았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은 명성 그 이상이었다.

대표팀은 초반부터 수비 체제로 아르헨티나를 맞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공격진의 화력은 막강했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앙헬 디 마리아(벤피카),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활약에 한국 수비는 시종일관 쩔쩔 맸다. 주요 고비마다 실책으로 흔들렸고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풀었다. 공격진마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며 추격의 찬물을 끼얹었다.

주도권은 완전히 빼앗겼다. 짧고 빠른 패스로 한국 공간을 넘나드는 리오넬 메시를 막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메시는 촘촘한 수비가 앞을 막으면 다른 공격 활로를 찾아다녔다. 그 과정은 차분하고 여유로웠다. 빼어난 개인기를 앞세워 문전을 쇄도했다. 짧은 패스만으로도 한국 수비진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협력 수비가 필요했지만 선수들은 급급했다. 파울도 자주 범했다. 벨기에 출신 데 블리케레 주심은 엄격했다. 조금만 반칙이 나와도 휘슬을 불었다. 가장 파울을 많이 범한 공간은 오범석이 담당하는 포백라인의 오른쪽. 선제골을 허용한 뒤에는 수비진 사이 공간이 점점 넓어졌다. 당초 막강한 아르헨티나 공격진을 막기 위해 들고 나온 해법을 스스로 잃어버리고 있었던 셈. 아르헨티나는 약점을 놓치지 않고 4골을 몰아넣었다.

승리 놓쳤지만 화룡점정 찍은 나이지리아전

23일 남아공 더반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B조 본선 세 번째 경기. 경기 전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의 약한 수비를 주목했다. 주전 미드필더 사니 카이타(알라니야)는 그리스와의 두 번째 경기 퇴장으로 출전이 불가능했다. 이날 후반 10분에는 주전 수비수 타예 타이워가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당초 수비가 약하다고 평가됐던 나이지리아였기에 한국으로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은 초반부터 거세게 나이지리아를 몰아붙였다. 특히 나이지리아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골을 노렸다. 그러나 공격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전반 11분 나이지리아 공격수 칼루 우체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그리스전에서 득점을 기록한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였다. 이정수는 왼쪽에서 올린 기성용의 프리킥을 문전으로 쇄도해 발에 맞히며 골로 연결시켰다. 주도권을 쥔 한국은 다시 측면과 중원을 번갈아 공략하며 추가골을 노렸다. 그리고 후반 3분 박주영의 프리킥이 골망을 흔들며 역전에 성공했다. 월드컵 데뷔 첫 골.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자책골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버린 골이었다.

한국은 김남일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해 상대에 한 골을 허용했다. 2-2 무승부. 허 감독은 노렸던 승리를 놓쳤지만 무승부를 거두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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