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기초단체장 여성 공천 '가시밭 길'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이 62지방선거에 내보 낼 여성후보 전략공천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내고있다. 이번 지방선거부터 '여성 공천 의무할당제'가 도입됨에 따라 기초단체장 선거에 여성 후보를 반드시 공천해야 하지만 지역에선 여성 인물난을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다.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사무총장)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각 시도의 여성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 문제를 논의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공심위는 여성 후보자 공천 심사시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각 시도당 공심위에 공문을 보내고, 19일까지 여성 의무 공천 진행 현황을 파악해 중앙당 공심위에 보고토록 하는 등의 자구책을 논의했다.

또 여성 의무 공천을 못한 시도당 공심위는 당 최고위원회에 사유서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면, 최고위가 타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해당 지역 전체 후보자에 대한 공천 의결을 보류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공심위는 기초단체장 후보로 서울 3곳 이상, 경기부산 2곳 이상, 나머지 시도는 1곳 이상에서 여성을 전략 공천키로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서울 동작구와 인천 중구만 여성 공천이 확정됐고 나머지 지역에선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중앙당 공심위는 동작구 이 외에도 한나라당 텃밭인 송파구와 강남구를 여성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고, 박인숙 울산의대 교수(송파)와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강남) 등 후보자 영입도 마친 상태다.

그러나 강남 지역을 비롯한 서울 일부지역 의원들의 반발로 아직 전략공천 지역으로 확정되지 못했다. 강남이 지역구인 이종구 서울시당 공심위원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와 전화통화에서 "당이 서울 지역에 3명을 여성 단체장으로 공천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중앙당 공심위가 사전에 특정인을 선정, 전략공천을 하면 기존의 공천 신청자는 무엇이 되며, 공천심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일부 서울지역 의원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남구민의 95%가 여성 전략공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나라당 후보가 강남에서 무조건 당선된다는 생각은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의견을 중앙당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앙당 공심위는 당 최고위에 여성 의무 공천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해당 시도의 모든 후보에 대한 공천 확정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하며 배수진을 쳤다.

당 지도부와 여성의원들도 거들고 나섰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현실적으로 여성 단체장을 내는 것이 어렵지만 해내는 것이 한나라당의 모습"이라며 여성 공천 의지를 표시했고, 정두언 전략기획본부장은 '노블리스 오블리제(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책무)'까지 거론하며 압박했다.

박순자 최고위원 등 여성 국회의원들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각 정당들은 선거 철 때마다 여성공약을 내걸고 여성표 모으기에만 급급했지 실제로 여성후보자를 발굴, 양성, 공천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미흡했다"며 "여성 단체장 전략공천은 국민에게 한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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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진 기자 g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