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지구촌 경제가 금융위기를 탈피하면서 곳곳에 인플레이션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안정적인 선진국 정부가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면서 자산 버블 위험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운전자들은 지난 달 석유를 작년 대비 리터당 28% 비싼 가격에 구매하면서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실감했다. 유로존의 3월 인플레이션은 1.5%로 전월(2월)의 0.9%에서 크게 뛰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1월 1.5%를 기록한데 이어 2월 2.7%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인도에서는 2월 인플레이션이 10%에 육박하는 9.89%를 기록하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에 대응했다. 호주 중앙은행이 경기회복 둔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5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도 원자재 중심의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었다.


물론 반대의 사례도 있다. 미국 클리브랜드 연준이 측정하는 미국 연간 인플레 평균은 2월 0.8%로 사상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으로 고민이다. 2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일본의 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1.1% 낮아진 것으로 집계돼 디플레가 한창이었던 2001년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정부 및 투자자들은 후자에 더 주목하며 자산가격 상승세를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주요 경제지표에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 신호를 경제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나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1회성 가격 조정 정도로 해석하고 있는 것.


이같은 태도는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영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는 일시적인 것이며 중기적으로 영국 정부의 기준인 2%에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소비부진으로 영국 경제 내 상당량의 과잉생산이 생겨났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없애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도 비슷한 시각으로 인플레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3월 회의에서 "인플레는 당분간 억제될 것"이라고 단언했고,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도 유럽 경제를 전망하는 자리에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기간 동안 각국 중앙은행이 투입했던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근거로 선진국 내 인플레이션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경기회복세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이런 의견은 현재로선 소수에 불과하다.


FT는 그러나 글로벌 경제에 잠재 인플레 압력이 약하다고 해서 각국 경제에 인플레가 뿌리내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아르헨티나 등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자산가격 거품은 빠르게 양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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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와 관련해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무릴로 푸르투갈 IMF부총재는 지난 달 "아시아와 남미의 일부 주요 이머징 국가에서 수요와 공급 사이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경기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중국과 인도의 경기부양책 철수 조치를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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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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