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추웠습니다. 머뭇거리지도 서성대지도 않고 송이송이 내려온 눈들이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습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 들으며 나의 발자국을 눈 위에 찍어보기도 하고,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으며 큰 삽으로 눈을 치운다며 개구쟁이처럼 눈장난도 해 보았습니다. 부엌에서 설거지하며 인왕산에 쌓인 눈을 그림처럼 감상도 했는데 그 눈들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오늘도 무척 추운 아침이지만 햇살의 표정과 공기의 냄새가 달라졌습니다. 24절기 중 첫째인 입춘(立春)이 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겨우내 쌓인 집안 곳곳의 먼지를 털어내고, 농기구를 꺼내어 새로운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며 바빠지기 시작하는 날입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입춘방 (立春榜)을 써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모처럼 현대식 건물에서 맡는 먹냄새와 잘 읽을 수 없는 한자 덕분에 잠시 과거로 여행을 하는 듯 했습니다. 새로운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글을 받아왔지만 대문이나 기둥이 없어져버린 요즘의 아파트에는 어디에 이 글을 붙여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파리의 겨울은 무척 을씨년스럽습니다.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비가 조금씩 내리고 아침에도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학교에 가야하고, 오후 4시쯤에 겨우 해를 구경한다 싶으면 5시쯤에는 또 다시 어두워집니다. 온도가 그리 낮은 건 아니지만 습기와 함께 피부에 스며드는 추위는 뼈까지 시리게 만듭니다. 11월쯤부터 이런 날씨가 계속되니 봄이 무척 기다려지고 해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집니다. 2월 중순쯤 파리에도 ‘꼬레-자뽕(한국-일본)’이라 부르는 개나리가 피었습니다. 하지만 봄을 느낄 수 없기에 친구에게 봄인데 아직 왜 이렇게 춥고, 해를 볼 수 없냐고 했더니 눈을 크게 뜨고 저를 보았습니다.
“아직 봄 아니야! 봄은 3월21일부터 시작 되는거야!”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봄비 내리는 우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 그리고 춘분까지 기다리지 않고 입춘부터 마음의 봄이 시작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달력에 표시된 숫자의 날짜로 계절을 받아들이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情)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우리네 정서와 생각함으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합리주의로 사는 서구식 문화의 차이인가 봅니다.
글로벌화된 세상에 살다보니 입맛의 평준화, 의상의 동일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세계 어디서든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며, 동일한 상표의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아바타 영화도 전 세계인이 동시에 보게됩니다. 얼굴색이 달라도 사는 곳이 달라도 같은 것을 공유하기에 우리는 하나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각 지역이나 문화의 다름은 항상 호기심을 자극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입춘에 행하던 ‘아홉 차리’라는 세시민속이 있습니다. 각자의 일을 아홉 번씩 부지런하게 되풀이하면 한 해 동안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화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상큼한 냉이된장국, 봄동 겉절이, 달래무침이 입맛을 살려주는 절기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입춘-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기원하면서 제 마음에 드는 글 몇 개 골랐습니다. 올해는 어떤 입춘첩을 대문에 붙여두고 싶으십니까?
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대길 건양다경)
봄이오니 크게 길하고, 기쁜일이 많이 생기시길.
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
마당을 쓸면 재물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오기를.
門迎春夏秋冬福 戶納東西南北財 (문영춘하추동복 호납동서남북재)
문으로 사시사철 복을 맞아들이고, 집으로는 동서사방에서 재물이 들어오기를.
壽如山 富如海 (수여산 부여해)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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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같이 건강하고, 바다와 같이 넉넉한 부자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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