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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 엄마·아가 사랑' 수기공모 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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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도선동 천지은씨 작, '생명, 그 숨쉬는 찬란한 빛이 우리 집에도 찾아왔어요'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신생아 1명이 12억원이상의 생산을 유발한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현재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성동구(구청장 이호조)는 출생의 소중함과 기쁨을 공유하고 출산장려 분위기를 확산할 목적으로 성동구보건소가 주최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가 주관한 '성동엄마 아가사랑 수기공모'시상식을 23일 구청에서 가졌다.

'성동엄마 아가사랑 수기공모'는 출산을 장려하는 쉽고 간결한 표어부문과 임신, 출산, 모유수유 등 아기를 키우면서 겪은 기쁨과 어려움, 성공담 등을 엮은 수기부분으로 나누어 공모했다.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가족 및 지역주민의 긍정적인 관심과 출산장려를 위해 마련된 이번 '성동엄마 아가사랑 수기공모'는 지난달 2~30일 한 달 동안 접수된 총 52편의 작품(수기 12점, 표어 40점)에 대해 공정한 심사를 거쳐 수기부분은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7편을 표어부문은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10편을 선정했다.
수기부문에는 도선동 천지은씨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생명, 그 숨쉬는 찬란한 빛이 우리 집에도 찾아왔어요'라는 제목으로 출산하는 진통의 순간부터 모유수유의 과정,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풀어냈다.

현재는 둘째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며 “새로운 목표와 꿈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는 아이들이 진정 우리 집을 빛나게 환히 밝혀주는 영원한 등대다. 우리의 꿈이다”라고 마무리 지으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우수상에는 행당동에 박지선씨와, 마장동의 김경화씨에게 돌아갔다.

표어부문에의 최우수상은 '생명의 첫 울음 소리는 미래의 울림입니다'라는 쉽고 간결하게 표현한 무학여고 2학년생인 서효정씨가 차지했다.

우수상은 행당동의 김세리씨의 '엄마가 되는 순간, 삶의 가장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됩니다'와 하왕십리동의 조미나씨의 '가족이 늘수록 행복은 배가 됩니다'가 선정됐다.

구는 내년 초 이번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으로 수기집을 발행·배부하여 출산의 기쁨과 감동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며 출산장려 분위기를 더욱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성동엄마 아가사랑 수기공모를 통해 출산의 기쁨과 감동을 제공해 저출산분위기를 전환시키고, 나아가 고용과 생산의 위축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출산 장려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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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부문 최우수상>

'생명, 그 숨쉬는 찬란한 빛이 우리 집에도 찾아왔어요'
천지은 씨(성동구 도선동 삼성쉐르빌 거주)

◆출산, 엄마와 아기가 함께 하는 마라톤 경주

"아직도 4cm밖에 안 열렸다구요?" 온 몸을 뒤틀며 아픔을 전신으로 느끼고 있는데 8cm는 넘게 열려야 하는 자궁문이 아직 4cm밖에 열리지 않았다고 간호사가 말한다. 숨이 턱 막혀왔다. 6시간 째 진통했는데 아직도 4cm밖에 안 열렸다니, 앞으로 아기를 낳을 때까지 가야할 고통의 길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내 인생에서 고작 ‘몇 Cm’가 이렇게 오랜 인내의 힘을 필요로 하는 힘든 시간의 길이로 다가올 줄이야. 얼마나 더 참아야 자궁문이 다 열리고 아기를 볼 수 있는 걸까. 답답해진다. 하지만 곧 호흡에 집중한다.

이제와 다시 생각해봐도 참 신기한 것은, 막상 아기를 낳는 상황이 오면 참기 힘들어서 무섭고 불안한 느낌도 정말 아주 찰나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오직 아기를 낳는 일, 아기를 이 세상에 나오게 하는 일에만 신경이 온통 쏠리기 때문이다. 이 아픔을 잘 견디는 일, 그리고 아기를 무사히 나오게 하는 일. 이 것만이 머릿 속에 가득 찬다. 잘 지나가야 할텐데.. 하는 마음만이 산모를 지배한다. 아픔을 견디기 위해서 나는 숫자를 계속 세었다. 좀 덜 힘들때는 1부터 15까지 세고 호흡을 숫자에 맞추려고 애썼다. 하지만 숨이 가빠오면서 진통이 심해질 때는 나도 모르게 머리칼을 쥐어 뜯었다.

그 때 어려보이는 여자 의사가 들어오더니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머리가 가려우세요?!" 그 때 느끼는 황당함과 기분나쁨이란. 그런데 너무 아파서 기분 나쁜 표도 못냈다. ‘나중에 너가 애 낳아봐라.’ 하는 생각도 애기 낳고 나서 마음이 진정되었을 때 들었다.

"머리가 보여, 힘내, 힘내, 다 됐어." 가족분만실에는 남편, 시어머니, 친정엄마 모두 들어왔다. 그리고 줄다리기를 하듯 다들 방향을 맞춰 힘을 주고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신다. 어른들 구령에 맞춰서 애를 낳고 있는 장면이 지금 생각하면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그 때는 곁에서 누가 박자를 맞춰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드디어 물커덩 하면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면서, 세상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생명을 밖으로 내보냈다.

‘아! 이제 다 됐구나.’ 하는 안도감과 편안함. 어릴 때 숨이 턱까지 오르는 것을 참으며 오래 달리기 경주를 끝내고 운동장 바닥에 앉아서 ‘아, 이제 참는 것은 다 끝났다.’ 하며 느끼는 평온감과 비슷했다. 고통의 끝자락에서 맛보는 평온감, 그리고 분만실 가득 우렁찬 폭포 소리처럼 울리는 아이의 커다란 울음소리는 가슴이 시원할만큼 기분 좋은 보상이었다.

"아기를 엄마 가슴에 댈께요." 간호사 한 분이 아기를 가슴에 올려놔준다. 순간적으로 아기가 내 젖을 찾는다. 기분이 묘하면서 꼭 안아주고 싶어진다. ‘아, 너 였구나. 뱃 속에서 10달 동안 함께 했던 내 사랑이 너였어. 고생했어. 힘들었지?’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데 간호사가 휑하니 다시 아이를 데리고 간다. 아쉽다. 그런데 아이는 아이대로 씻어야 하고 나는 나대로 피도 빼내고 뒷정리가 많다. 가만히 누워 분만실 천장을 보니 이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만 같다. 생명, 그 숨쉬는 빛이 우리 집에도 왔구나. 시험을 100점 맞았을 때보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보다, 정말 더 뿌듯하고 가득한 무엇이 마음 속에 아주 구석구석 가득히 차오른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주 보람차고 행복한 기분 좋은 느낌이 나를 휘감아 몸과 마음을 잔잔하고 고요하고 평안하게 해주었다.

◆세상의 모든 축복을 모아다가 젖먹는 네 입 속에 넣어 주고 싶단다

"산모님, 젖 먹이러 내려오세요." 내가 입원한 병원은 모유수유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 2시간 간격으로 젖을 먹이러 신생아실로 가야했다. 잠깐 눈 좀 붙이려고 하면 또 전화가 오고 내가 깊이 잠들면 신랑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서 깨웠다. 아기를 낳고 나니 밤도 없고 낮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묘하게도 아기 얼굴 보러 가는 생각을 하면 어그적 어그적거리며 신생아실로 가면서도 가슴에 젖이 핑돌면서 기분이 흐뭇해졌다.

"아유~ 우리 애기가 배고팠어?" 안자마자아기는 머리를 흔들면서 엄마 젖으로 파고든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천천히 많이 먹어.’ 아이 젖을 먹일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 아기에게서 나는 냄새, 살결의 보드라움이 다 느껴진다. 세상 무엇을 안아봐도 이처럼 좋은 느낌은 없을 것만 같다. 세상의 모든 축복을 모아서 오물오물 젖먹는 귀여운 아기 입 속에 다 넣어주고만 싶다. 아기가 젖을 먹는 동안 빤히 아기 얼굴을 쳐다본다. 엄마 손바닥만한 작은 얼굴 속에 요런 사랑스런 눈, 코, 입, 귀가 어떻게 모두 다 들어있을까. 젖을 먹이면서도 아기 얼굴과 몸이 얼마나 신비스러운지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너무나도 작은 손가락, 발가락, 보드라운 빌로드 천보다 더 부드럽고 따뜻한 내 아기의 손과 발. 나는 내가 별 것 아닌 존재인 줄 알았는데 내 속에 이런 예쁜 아기가 들어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니, 마냥 감사하고 우쭐해진다.

퇴원하는 날, 아기를 안고 차를 타고 병원 주차장을 나서는데 아기랑 함께 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큰 선물을 안고 돌아가는 기분이다. 내 아기, 나와 함께 평생 아름다운 끈으로 이어질 내 사랑하는 아기. 그 아기가 내 품안에서 쌔근쌔근 잠을 잔다. 창 밖의 풍경도 새로워보이고 이 아이가 보게 될 세상도 지난 밤보다 더 예뻐진 것만 같다. 아가야,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으면서 좋은 사람으로 아름답게 자라나렴. ‘엄마는 너 때문에 정말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 엄마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만 같애. 고마워. 아가야.’ 마음 속에 행복한 결심들만 자라난다.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두 글자는 ‘엄마’


방 안이 엉망이다. 밤새 아기가 보채서 잠 한 숨 못잤다. 모유량이 적은 걸까. 집에 온도가 안 맞나. 어디 아픈건가. 코가 막혔나. 아기를 안고 토닥여도 보고 젖도 물려보고 기저귀도 갈아줘보고 흔들며 노래도 불러보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만 같다. 결국 아기는 내내 보채다가 엄마기운이 한 톨 남았을 때쯤 드디어 겨우 잠들어주었다. 아, 힘들다. 지친다. 엄마도 너무 쉬고 싶다. 중간에 안 깨고 쭉 몇 시간만 푹 자봤으면 하는 소원이 간절해진다.

아기 옆에서 잠자는 것은 상당한 정신적, 신체적 긴장감을 요한다. 아기 낳기 전에는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도 못 일어나서 출근할 때 지각도 하고 그랬는데 아기 엄마가 되니까 아기가 약간만 뒤척여도 눈이 번쩍 떠진다. 정말 일반인은 들어도 잘 모를 그런 작은 소리에도 귀가 쫑긋해진다. 귀가 밝기로 유명한 토끼도 그렇게 예민하진 않을 것이다. 내 아기의 작은 숨소리에도, 조그만 몸짓에도 엄마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행여 무엇이 불편할까, 어디가 안 좋나 하고 이리 살펴보고 저리 살펴본다. 내 몸이 쑤시고 팔이 욱신욱신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기의 몸 구석구석을 내 몸보다 더 소중히 보호하게 된다. 이것이 모성인가 싶다.

어느 날은 아기가 밤 늦게 구토를 심하게 한 적이 있다. 남편은 그 날 출장가서 없는데 아기는 젖 먹은 것을 토하더니 더 짧은 간격으로 토하기 시작한다. 병원을 지금 가야하는지, 조금 기다려 봐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조치해줘야 하는지 머릿 속이 복잡하다. 책들을 찾아보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응급전화번호도 눌러서 물어봤다. ‘그래도 병원을 가는 게 안전할꺼야.’ 고심끝에 아기를 꽁꽁 싸매서 추운 겨울 날 새벽바람을 가르며 병원으로 향했다. 몸이 안 좋아서 칭얼거리는 아기를 안고 황급한 마음으로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창 밖으로 보이는 새벽은 이렇게 조용하고 아무 일이 없는데 아기 몸은 평화롭지 못하다.

문득 조용한 새벽마저 얄궂게 느껴진다. 막상 응급실에 도착하니 마음이 좀 놓인다. 집에서 내내 보채며 울던 아기가 병원에 와서 별일 없다는 듯이 쿨쿨 잔다. 각종 사진을 찍고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오니 희뿌옇게 아침이 밝아온다. 별 일 아니여서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밤을 꼴딱 새서 몸이 피곤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아이만 괜찮다면.. 내 아이만 괜찮다면.

엄마가 되면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생겨서 그런 것일까. 행복한 마음 뿐만 아니라 조마조마 하는 마음도 함께 생겼다. 너무 소중해서, 너무 귀중해서 행여 깨질까, 부서질까 조심조심 마음 조리게 된다. 내 아이에게 따뜻할 수 있는 이유, 그것이 바로 이 마음 때문이아닐까 싶어진다. ‘엄마’라는 간단한 두 글자 속에서 느껴지는 그 포근함과 따뜻함은 엄마 자신보다 아기를 먼저 챙기고 살펴보는 사랑과 돌봄의 헌신적 애정이 들어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너가 자랄 때마다 엄마의 기쁨 엔진도 고속으로 달려가


‘짜릿하다’, ‘신난다’, ‘웃음이 터진다’ 라는 표현을 쓸만한 일이 인생에 꽤 많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인생은 쓰거운 ‘고(苦)’가 더 많다. 그런데 자꾸 히죽히죽 웃게 되고, 순간 놀라움에 기분이 짜릿해지고 곰씹을수록 신나고 기분좋은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아이의 성장을 느끼며 마음 가득 기쁨을 느낄 때이다.

아이가 20개월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내가 약속이 있어서 아빠랑 아기를 두고 혼자 외출하는데 신발을 신고 나서려고 할 때 아이가 현관으로 쪼르르 오더니 나를 보고 "엄마, 조심해." 하는 게 아닌가. 아이가 나를 챙겨주는 것도 신기하고 아이가 내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너무나 놀라워서 순간 멍하면서도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외출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얘기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도 히죽히죽 웃으면서 곰씹고 또 곰씹었다. ‘와.. 정말 많이 컸구나. 대견하다 우리 아이.’ 남들에게는 ‘애가 그런 말 하는 게 그렇게 대단한거야?’ 하겠지만 엄마는 아이 속에 감춰져 있던 비밀의 방이 하나 열리면서 ‘엄마, 내 속에 이런 것도 있어요.’ 하는 신비로운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남들에게는 별 대수롭지도 않은 일인데도 엄마는 혼자 웃고 흐뭇해하면서 그동안 육아로 힘든 마음을 다 보상받는다. 아이가 자랄 때마다, 엄마의 기쁨 엔진 동력은 최고가 된다. 세상 무엇이 이처럼 기쁨을 줄까. 돈을 보고 그리 웃을까. 꽃을 보고 그리 행복해할까.

한 부자가 사는 게 재미없는 차에 우울한 마음으로 산책을 하는데 어디서 낄낄, 호호, 깔깔 우슨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가, 뭐가 그렇게 재밌나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옮겼더니 어떤 거지 부부가 누더기 천에 아기를 감싸 안고는 둘이 아기를 빤히 들여다보며 낄낄, 하하, 호호, 히히 하며 웃고 있었다. 부자가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하여 저 아기가 있으면 저리도 즐거울 수 있나 싶어, "내가 내 재산의 반을 줄 터이니 그 아기를 내게 주는 게 어떻겠소." 하니 그 부부가 "미쳤소. 이게 우리 사는 낙인데 우리가 돈을 보고 이리 웃겠소." 했다고 한다. 살면서 아기를 갖고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신비한 행복 체험이다. 아기는 엄마, 아빠의 가장 큰 삶의 낙이다. 힘든 날이 있어도 아기로 인해 크게 웃는 날이 더 많다. 그저 우리 곁에 와줘서 고마울 뿐이다.

◆또 다른 한 생명을 품고서

"이대로 두면 불임이 될 확률도 높아요. 수술 날짜를 잡는 게 좋겠습니다." 정밀 검사를 받다가 자궁내막증이라는 말을 들었다. 둘째를 갖고 싶었는데 불임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온 몸이 땅 밑으로 꺼지는 기분이 든다. 첫 아기는 쉽게 가져도 둘째는 힘들게 갖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갑자기 내가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를 좀 따뜻하게 해줄걸, 항상 몸이 찼는데 그래서 그런가. 그동안 몸을 살피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괜히 원망이 생긴다.

"천천히 가지면 되지, 그렇게 불안해하지마." 남편의 말에도 기분이 풀어지질 않는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자궁내막증 치료에는 자연임신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의사에게 상담했더니 "해보실 수 있으면 해보세요. 그런데 잘 안 될 겁니다." 라고 한다. 기분이 나빠진다. 남의 일이라고 쉽게 얘기하는 의사 입술이 얄밉다.

어느 날 몸이 나른하고 무척이나 피곤한 게 첫 아이 임신했을 때 느낀 기분이 든다. 테스트기를 사서 얼른 확인해봤다. "어! 두 줄이다!" 온 마음이 날아갈 듯 가볍게 느껴진다. 또 다른 생명이 내 뱃분이 생겼다. 얼른 신랑에게 전화하고 싶은데 얼굴을 보고 얘기하고 싶어서 참는다. 하루 종일 싱글벙글르 생음이 돈다. 퇴근해서 온 신랑을 보자마른 "여보, 둘째 생겼어." 라고 씩씩하게 선포했다. 신랑 얼굴에도 함박꽃이 핀다. 꼭 안아주는 품이 너무 따뜻하다.

그렇게 우리 둘째 사랑이는 우리에게 찾아왔다. 지금 7개월 째. 내가 우리 아기들 얘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내 배를 콩콩 차면서 놀고 있다. 첫 아이는 아빠랑 한참 지금 목욕놀이 중이다. 둘이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까르르 웃는 소리가 욕실 가득 쩌렁쩌렁 울려서 음악보다 더 듣기 좋다.

우리 부부는 지칠 때, 힘들 때마다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둘이 도란도란 아이 얘기를 하면서 힘을 얻는다. 우리가 부표를 잃고 방황할 때마다 아이들, 그 두 생명이 우리의 영원한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가 가야할 길, 살아야 하는 올바른 태도들을 가르쳐줄 것이다. 더 좋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도록, 더 아름다운 삶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목표와 꿈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는 아이들이 진정 우리 집을 빛나게 환히 밝혀주는 영원한 등대다. 우리의 꿈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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