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승자의 저주'를 초심으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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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무 부국장겸 산업부장] '나는 늘 웅진 임직원들에게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따뜻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경계하라"고 강조한다. 따뜻하다는 것은 편안하다는 뜻이고, 편안하다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을 마시면 누구나 서둘러 더운 물을 섞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자극을 받아야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따뜻한 상태에서는 아무런 자극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그 상태로는 발전과 변화도 꾀할 수 없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얼마전 펴낸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는 자서전에 나온 글귀이다. 이 글귀는 얼핏 보면 밋밋해서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 내용이다. 경제학자나 경영학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렇고 그런 얘기일 수도 있다. 미로를 뚫고 나온 듯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경제 상황이나 용어를 차용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윤회장을 지근거리에서 겪어본 사람이나 그를 잘 아는 사람 입장에서 읽어보면 윤 회장을 그대로 투영한 거울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윤회장은 국내에서 몇 안 남은 창업주 중 한명이다. 대기업들 대부분이 2세 3세로 넘어간 상황에서 현직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1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겐 독특한 '그만의 가치'가 확연히 드러난다. 화려하게 포장되지 않으면서 마치 원재료가 좋아 소금 간만 해서 먹는 싱싱함이 살아있다고나 할까. 누가 가르쳐 주지 않고 남의 것을 베끼지 않으면서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에 '진심'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의 강의를 들어보면 이 책에 쓰여진 표현이나 내용과 딱 맞아떨어진다는걸 알 수 있다. 그만큼 이 책은 양념을 넣지않은 '날 것'의 감칠맛이 살아있다. 음식을 먹은 뒤에까지도 혀에 감기듯이 남는 맛깔스러운 뒷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기업경영도 트랜드가 있다. 대기업 오너나 CEO들도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게 현실이다. 요즘 재계는 '쪼개고 합치는'게 대세로 자리잡았다. 계열사간 합병이나 분사가 업종을 망라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대세나 트랜드를 무리하게 뽷다보면 자기 것이 아닌데도 억지춘향격으로 자기 것으로 만드려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M&A에서 '승자의 저주'니 하는 후유증이 이를 방증한다. 한발 더 나아가서 '승자의 저주'라는 '덫'에 빠지다보니 '패자의 안도감'이 새로운 전염병 처럼 만연되는 부작용도 속출한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뜨듯미지근함에 빠지는 형국이다.


한의학적으로도 보면 사람은 태어날때부터 강한 장기와 약한 장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약한 곳을 너무 강하게 만드려다보면 기존의 강했던 장기가 약해지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져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된다고 한다. 강한 장기는 강함을 잃지않게 하고 약한 장기는 다소 보(補)하면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체크앤 밸런스'를 견지하는게 최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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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따뜻한 상태에 놓여 있으면 얼마안가서 도태된다. 대기업들이 2세, 3세로 넘어갈 수록 이런 경향은 뚜렷해진다. 온실 속 화초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금 국내 M&A시장에선 대형 매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승자의 저주'라는 덫에 빠진 국내 기업들이 선뜻 도전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모습이다. 얼마전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시장에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선언이 '승자의 저주'라는 덫을 풀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윤 회장의 자서전에 나오는 각 부제에는 '도전, 변화, 길, 신바람, 긍정, 진심'이라는 단어가 담겨있다. 기업 오너나 CEO들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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