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시인의 진도의 선홍빛들- 유배와 낙조<4>
진도의 낙조-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것
‘세방’이라고 치면 컴퓨터는 그 두 글자를 자꾸 셋방으로 자동 변환시켜준다. 친절한 컴퓨터. 그러나 세, 방, 두글자를 각각 멀찍이 띄어 쓴 다음 세방,으로 이어붙이는 수고를 수십번 해야 해도 세방을 빼놓을 수 없다. 그곳의 낙조를 빼놓을 수 없다.
하루 종일 해안선을 따라 많은 곳을 드나들면서 진도가 20년전보다 오히려 훨씬 더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곳이란 걸 알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본 다도해의 일몰에 비하면 너무 소박하다. 체질적으로 ‘전망대’라는 인공적인 장소를 싫어하는 편인데 이곳은 고맙기까지 하다. ‘살아서 꼭 해야할 몇가지’ 식의 강요되는 즐거움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곳에서는 ‘살아서 꼭 봐야할 몇가지’안에 이곳의 노을을 넣고 싶다.
꼭 봐야 한다. 그리고 매일 찾아드는 자연과 그 자연을 언제고 그냥 누릴 수 있는 인생이란 얼마나 장엄한지에 감동해야 한다. 진도의 ‘세방’에서 말이다. 수평선 멀리 몇 개의 크기 다른 섬이 신기루인 듯 떠있고 하늘과 구름이 바다속으로 천천히 차일을 내려가는 것과 함께 태양이 열두가지의 농도 다른 붉은 색과 황금색을 발하면서 지는 ‘세방’에서 말이다. 진도가 더할 수 없는 고요와 신비의 골목 같은 다도해를 거느리고 있음을 간절하게 보여주는 ‘세방’에서 말이다.
더욱이 낙조를 지켜볼 수 있는 곳에 세워둔 사진기자의 차안의 녹음 테이프에서는 끝없이 도니제티의 곡 ‘남 몰래 흐르는 눈물’과 파바로티가 부르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흘러나왔다.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은 저 멀고도 먼 대학시절에 이태리어 가사를 우리말로 적어놓고 외웠던 유일한 외국 가곡이었다.
세상이 아름다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pos="C";$title="";$txt="낙조의 장엄함 자체가 우리네 뜨거운 삶을 상징하는 듯 붉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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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든 않든 아직도 그대로 외우고 있는, 그래서 작년 꼭 이맘 때, 미국의 아이오와 국제창작촌에서 세계각국의 작가들과 3개월간 함께 생활할 때, 영어보다도 어쩌면 더 많이 입속으로 혼자 읊조렸던 노래다. 천창(天窓)이 있는 아름다운 다락방에서 혼자 가만히, 우나 푸르티마 라그리마, 넬리오께 수오이 스푼토, 하다보면 눈물이 주루룩 흐르기도 했었다. 스무살 때부터 지금까지 내 일상에 습기와 윤기를 주는 건 한결같이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다.
이제 글을 맺어야 한다. 글을 맺는 게 아쉽기는 참 드문 경험이다. 아직도 ‘세방’ 낙조에 대해서 열장은 더 쓸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여기 분단위로 메모해왔던 낙조의 장엄을 몇 순간 그대로 옮겨본다. 내가 본 여름의 낙조 말고 가을의 낙조는, 겨울의 낙조는 떠 얼마나 다를까를 생각하면서.
유배지였던 섬. 이제 그 모습 훼손치 않으면서 새롭게 추려낸 유적지와 명승지와 축제들을 내놓고 있는 곳. 어디를 돌아봐도 마음을 다독이는 순리와 겸양의 넓이가 느껴지는 그 섬에 다가오는 날들에 며칠쯤 스스로를 유배 시킬 것을 다짐하며 진도를 나선다.
아래 시간들은 계절이 바뀌니 당연히 조금씩 변화가 있을 거다.
18:48 다도해의 바다와 하늘위에서 눈부시고 날카로운 빛을 쏟아내던 여름태양이 십분 사이에 황금빛으로 눅어졌다. 그 그림자가 바다위에 황금빛 주단을 펼쳤다.
18:56 그물을 거둬들이듯이 자신의 빛을 거둬들이고 바다 밑으로 내려갈 채비를 하던 태양이 잠시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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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 구름에서 나온 해는 그 새 은행잎처럼 노랗게 색깔이 바뀌었고 주위 하늘과 바다위는 온통 주황색과 황금색으로 물들어간다. 천천히 수평선으로 내려서는 아주 동그란 맨드라미와 봉숭아꽃과 나팔꽃 같은 태양. 주위가 조금씩 어두워져간다. 단 하나의 존재가 세상의 전등불빛을 이렇게 좌우하다니!
19:28 이제 마지막 낙조가 구름과 두 섬에 가리워진 채 이뤄졌다고 생각하며 돌아서려던 발길이 가장 큰 감탄사속에서 다시 멈춰섰다. 작고 예쁜 무당벌레 등무늬 같은 줄무늬를 가진 태양이 다시금 마지막 일몰의 순간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런 낙조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않을 것이라고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행운을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이 아름다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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