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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동상이몽(同床異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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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밥을 한 끼 사는 일이 과연 뉴스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누가, 언제, 왜, 어떻게, 무엇을 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빅뉴스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회장이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은 원하는 CEO들과 식사 한 끼를 해주는 대신, 그 경매수익을 자선단체에 기증하는 것으로 또 다른 유명세를 과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초청한 동교동과 상도동의 저녁 식사. 그게 집중조명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일생의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DJ가 사라진 시점이라는데 있습니다. 양김시대의 팽팽했던 줄이 세월의 흐름 따라 축 처지더니 마침내 한 쪽이 손을 놓았을 때 느끼는 그런 허전함을 느꼈을까요? YS가.

한때는 이슈를 떠나서 두 진영의 수장이 만난다는 자체가 엄청난 파괴력으로 정국을 흔들었던 순간들을 기억해 보면, 지금의 만남은 어쩐지 오래된 친구들의 동창회와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동교동계 위로 만찬’-명분도 이름도 부드러워서 거부감이 들지 않습니다. 참석대상도 예전 같으면 머릿수를 억지로라도 똑같이 맞추었을 텐데, 동교동 26명에 상도동 20여명으로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혹시 메뉴로 비빔밥이 선택된다면 더 제격이겠죠.
민주화라는 대의를 위해 뭉쳤던 거리의 동지가, 갑자기 던져진 화합의 화두를 떠안고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실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지역주의를 극복할 지역의 상징들이 모였는데, 동교동과 상도동이라니... 이 단어야말로 지역감정이네요.

동교동과 상도동이 따로 꿈을 꾸었던 1987년의 실패를 설명하기에 동상이몽(同床異夢)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 것입니다. 하여튼 대단한 집단임엔 틀림없습니다. 그 실패를 딛고 10년에 걸쳐 각자의 목표를 기어이 쟁취한 저력이 말입니다.

하지만 DJ의 서거를 계기로 정치적 생명력을 복원시켜보려는 양 진영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 기존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분화(分化)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폭탄주를 몇 잔 돌리다보면 의기가 투합 될 여지도 충분하죠. 만약에 다 같이 잔을 들고 건배사를 ‘민추협정신으로!’라고 외친다면 뭔가 일이 성사된다고 봐도 좋습니다.

어느 시절에는 결사적으로 끼니를 거부하던 YS의 단식이 특급뉴스가 되더니, 오늘저녁엔 옛 동지들과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 비상한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누가 참석했으며 무슨 술로 누구와 건배를 하는지도 정치에 포함되죠.
나로도를 떠나자마자 궤도를 잃은 외로운 과학위성과 어느 날 갑자기 주인을 잃은 동교동 진영의 처지가 왠지 닮아 보이는 날입니다.

시사평론가 김대우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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