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증시 약세는 경기에 대한 현실에 눈을 뜨고 있다는 것

두개의 물컵을 손에 들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물컵에는 물이 적당히 차있고, 또다른 물컵에는 물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가득 차있다.
둘 중에 어느 물컵을 바닥에 먼저 내려놓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이 아슬아슬하게 차있는 물컵을 먼저 바닥에 내려놓을 것이다.
적당히 차 있는 물컵에 비해 가득찬 물컵의 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불안한 것을 먼저 처리하고, 그 다음에 나머지를 정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같은 그림을 그려오던 글로벌 증시에 언제부터인가 서로 다른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증시는 견조한데 반해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전날 서구 증시 속에서도 다우지수는 보합권의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나스닥 지수는 1% 가까이 올랐다. 아시아 증시 가운데서는 대만증시가 이틀 연속 3%씩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증시는 오히려 오름세로 장을 마감하는 등 독립적인 모습이 특히 두드러진다. 국내증시만 보더라도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하락폭이 눈에 띄게 크다.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는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기준이 있다. 바로 경기회복과 그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이다.
먼저 국내증시를 들여다보자. 전날 코스피 지수는 1.5%의 약세를 보인 반면 코스닥 지수는 2.1% 하락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하락폭도 그렇지만 코스피 지수는 장 후반 들어 낙폭을 급격히 늘린 반면 코스닥 지수는 장 초반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상승세를 보여온 것을 살펴보면 조금 차이점이 있다.
코스피의 경우 경기회복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면 코스닥의 경우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더 컸다. 이름을 날렸던 자전거테마주와 4대강 관련주 등을 상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과 과연 얼마나 정책효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정책이 집행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실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데다, 일부 업체들은 정책과 별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덩달아 주가만 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투기적 성향이 짙었던 셈이다.

이제 투자자들은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미 주가가 오를만큼 올랐으니 이제는 점검을 해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투기적 성향이 짙었던 코스닥 업체부터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만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대만증시의 경우 경제규모가 워낙 작다보니 혼자 힘으로는 경제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외부자금이 절실한 상황에서 중국의 대만증시 직접 허용 소식으로 인해 외국인의 매수세가 봇물처럼 유입됐고, 이것이 강력한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승인이 점차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의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최근 주가의 발목을 잡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큰 그림에서 보면 서구증시에 비해 아시아 증시가 약세를 띄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서구지역보다 좀 더 위험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 매수세가 집중되며 눈에 띄는 주가 상승세를 보였고, 이제는 현실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과연 주가가 오른 만큼 경기가 회복될지 여부가 걱정이 되고 있는 셈이다. 서구지역 역시 이같은 의구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목이 너무 말라 물컵에 물을 부을 때는 물만 보인다.
하지만 어느정도 갈증을 해소하고 나면 물컵에 담긴 물도 보이기 시작한다. 자칫 내 옷에 물을 쏟지 않을까 걱정도 되기 시작한다.
경기침체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에 시달릴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 어떤 소식도 모두 기대감으로 연결되곤 했지만 이제는 이것이 과연 경기회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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