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실업자 100만 돌파, 기업·금융부문 부실.과 잉유동성 버블...악재 산적
부동산·주식시장의 상승세와 일부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면서 ‘경기바닥’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자,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며 정부가 섣부른 경기 낙관론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3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국경제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실은 아직도 긴 터널의 중간쯤 와있는 게 아닌가 한다”며 경제회복론은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강조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앞으로 상당기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며 좀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며 말했다. 윤 장관은 특히 “4월이 지나면 기업과 금융 부문의 부실이 점차 현실화 될 것”이며 “실업자도 분명 100만 명을 넘어 설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은 악재가 산적해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광공업 생산이나 서비스업 지수 등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무역수지도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수의 근간을 이루는 일자리가 갈수록 줄고 실업자는 급증하면서 다음 달 이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고용이 줄면 소비가 감소해 경기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작된 경기침체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윤증현 장관은 “글로벌 침체가 시작된 이후 6개월간 내부 유보금으로 버텨 온 기업과 일부 금융기관에서 부실이 서서히 현실화될 것 같다”는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 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기업이나 가계의 실제 사정과는 다른 성급한 낙관론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또 다른 버블을 형성, 금융ㆍ경제위기 이후 국면에서 한국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최근 일부 경제지표의 호전을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라기보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의 효과 또는 지난해 4분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약 800조원으로 추정되는 국내단기 부동자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푸는 막대한 돈이 지금은 크게 문제가 안되지만 향후 경기하강이 멈출 즈음 자금흐름이 급격히 빨라지면서 거품이 생길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경제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경기상황을 종합하면 우리경제는 현재 낙관도 비관도 하기 힘든 혼재된 상황”이며 이에 따라 세계경제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도 "이 대통령의 언급은 한국경제에 대해 섣부른 비관론과 낙관론을 모두 경계하자는 것"이라며 "위기 탈출과 극복 이후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철저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연2회 발표하는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경기 침체는 이례적으로 길고 혹독할 수 있으며, 회복도 더딜 것”으로 봤다. IMF는 경기하강으로부터 회복하는데만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봤다.
이규성 김성곤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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