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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동방신기보다 음란했던 사나이

최종수정 2010.11.25 16:06 기사입력 2009.04.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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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동방신기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영어 지식이 하나 늘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가 동방신기의 노래 '주문-미로틱'의 가사 중 '아이 갓 유 언더 마이 스킨(I got you under my skin)'을 이른바 콩글리시 방식으로 해석해 청소년유해매체로 분류한 데 대해 법원이 '유해하지 않다'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관용구 하나의 뜻을 제대로 숙지한 셈이다.

청보위는 '주문-미로틱' 가사 중 '아이 갓 유 언더 마이 스킨'이라는 문장이 선정적이고 음란해서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해석했다. 국가기관이 영어 사용국가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에 대해 오역을 해서 검열했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감이다. 영어학원이 한 블록에 하나씩 있는 나라에서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해결될 문제를 법원까지 가서 해결했다는 것도 코미디다.
◆ 생소한 '~언더 마이 스킨', 음반만 1511장

법원이 '영어권에서조차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표현'이라고 한 '아이브 갓 유 언더 마이 스킨(I've got you under my skin)'은 1936년 미국의 위대한 대중음악 작곡가 콜 포터가 처음 작곡한 이래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가수들이 불러 온 노래의 제목이다. 미국의 한 대중음악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서 이 제목을 검색하면 1511개의 음반 목록이 나온다. 모두 콜 포터의 곡을 다른 연주자들이 녹음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팝스타 에이브릴 라빈의 2004년 앨범 제목은 '언더 마이 스킨'이다. '생소한 표현'이라고 하기엔 너무 빈번한 사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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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이 표현이 원래 '짜증나다' '불쾌하다'는 의미로 쓰인다는 사실이다. 피부 바로 아래에서 느껴지는 불쾌함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선정성과는 100% 무관하다. 그러나 긍정적인 의미로 쓰일 땐 피부 아래에서 매 순간 느낄 정도로 '~에게 푹 빠져있다' '~에게 매료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피부 아래 신경세포에서 선정적이고 음란한 것을 발견한다는 것은 해부학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 대단히 기발한 발상이다.

'언더 마이 스킨'이 부정적인 의미보다 긍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이게 된 계기는 '아이브 갓 유 언더 마이 스킨'을 부른 프랭크 시내트라(1915~1998)의 영향이 컸다. 그가 1956년 빅밴드 스타일의 스탠더드 팝으로 부른 이 노래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며 프랭크 시내트라의 대표곡으로 남아 있다. 물론 남녀노소가 듣는 곡이다. 이 곡이 초기 재즈, 즉 스윙 시대의 대표 히트곡 중 아직까지 재즈 가수들에게서 가장 사랑받는 '사랑노래' 중 하나로 꼽히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 청소년유해매체 노래의 원조는 프랭크 시내트라?

'아이브 갓 유 언더 마이 스킨'이 수록된 프랭크 시내트라의 앨범(1956)

'아이브 갓 유 언더 마이 스킨'이 수록된 프랭크 시내트라의 앨범(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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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애창곡 '마이 웨이(My Way)'로 유명한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내트라는 20세기 미국 팝 컬처의 아이콘 중 하나이며 할리우드 로맨틱 가이의 대명사다. '에덴의 동쪽'의 제임스 딘 같은 섹시남도, '애수'의 로버트 테일러 같은 조각미남도 아니었지만 170cm의 단신에도 그는 수많은 여성 팬을 거느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그의 적당히 기름진 목소리, '선수' 같은 여유와 매너, '나쁜 남자'의 거친 모습 등은 평범한 외모였던 그를 세계적인 수퍼스타로 만들었다.

프랭크 시내트라는 인기만큼이나 각종 스캔들로 유명했던 스타이기도 하다. 청보위나 법원은 '아이브 갓 유 언더 마이 스킨'과 그의 사생활을 결부시키며 '가사를 직역해 다른 부분과 결합하면 성행위를 은유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릴지도 모르겠다. 사실 프랭크 시내트라는 스캔들이 거의 전무한 동방신기에 비하면 '음란'하고 '선정적'이기 그지없는 스타였기 때문이다.

시내트라는 열아홉 살 때 만난 연인과의 첫 결혼을 포함해 총 네 번의 결혼식을 올렸고 셀 수 없는 여자와 비공식적인 스캔들을 남겼다. 배우자로선 최악의 나쁜 남자였던 그는 5년간 사귀다 결혼한 첫 부인을 내팽개치고 여러 명의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염문을 뿌리며 가십의 중심에 섰다. 정신을 못 차리고 주색잡기에 열중하던 그의 스캔들 사실이 언론에 의해 노출되자 아내 낸시 바바토는 임신 중이던 셋째를 유산하기도 했다.

◆ 프랭크 시내트라와 에바 가드너

프랭크 시내트라는 결혼 10년째인 1949년 당대 최고의 섹시미녀였던 에바 가드너와 사랑에 빠져 아내와 이혼을 결심한다. 현모양처를 버리고 요부를 택했다는 점 때문에 많은 팬들이 돌아섰고 언론도 비우호적인 글을 싣기 시작했다. 이듬해 밸런타인데이에 낸시 바바토는 결별을 선언했고 1951년 시내트라는 이혼 판결 10일 후 에바 가드너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결혼 초부터 삐그덕거리면서 할리우드 최고의 가십거리로 소비됐다. 시내트라와 가드너는 미치도록 사랑하면서도 끊임없이 싸우고 서로를 질투했다.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면서 시내트라는 집안에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1957년 에바 가드너가 결별을 선언했을 때에는 손목을 칼로 그어 자살을 시도하다가 병원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가드너는 이토록 변덕스럽고 힘든 결혼 생활을 버티지 못해 인공유산이라는 고통스런 선택을 해야 했다. 시내트라와 헤어지고 수년이 지난 뒤 가드너는 "정말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시내트라와 나 스스로를 지키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에바 가드너를 잊지 못하면서도 프랭크 시내트라는 할리우드의 미녀배우들에게 끊임 없이 구애하며 짧은 연애를 이어갔다. 주디 갈런드와 로렌 바콜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염문을 퍼트린 것이다.

◆ 플레이보이 시내트라, 동방신기보다 음란했던(!) 사나이

가드너와 이혼하고 9년 뒤 시내트라는 자신의 첫째 딸보다 다섯 살 어린 29세 연하의 미아 패로와 결혼했으나 2년 만에 다시 이혼했다. 마지막 부인과는 죽을 때까지 20년간 결혼생활을 이어갔지만 시내트라는 죽기 전까지도 에바 가드너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후에도 줄곧 거울 한켠에 가드너의 사진을 끼워놓고 있었고, 1990년 에바 가드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거의 신경쇠약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노래 가사 그대로 프랭크 시내트라는 피부 바로 아래 언제나 에바 가드너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었을지 모른다. '아이브 갓 유 언더 마이 스킨'은 시내트라 자신이 가장 아끼는 곡이었다. 이 노래를 한창 부를 때는 바로 에바 가드너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에바 가드너가 세상을 떠나고 3년 뒤 시내트라는 U2의 보노와 함께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그리고 5년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동방신기보다 음란했던 사나이는 여전히 노래 속에서 플레이보이 같은 여유로 한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온 몸의 피부 아래에서 당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푹 빠져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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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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