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조 달러 규모의 은행 부실자산 처리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금융업계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번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재무부는 1조 달러 규모의 민관 공동 투자펀드를 조성해 은행 부실 자산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제방안을 실시할 경우 씨티그룹과 BOA, 웰스파고 등 주요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상당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자산 상각으로 자본 적정성이 악화될 경우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에 은행들이 부실자산 매각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정부는 부실자산 처리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권의 자산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실을 털어내고 '클린 뱅크'로 전환해 은행이 금융시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대형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계획대로 부실 자산을 상각할 경우 은행이 자본 확충을 위해 정부에 손을 벌려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은행이 부실자산을 매각할 때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대폭 평가절하되는 셈이다. 대규모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게 되면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자산가치 평가 절하 이후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상당 금액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산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부담 때문에 재무부의 부실자산 매각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로슈데일 리서치의 리처드 보브 애널리스트는 "1조 달러 규모의 은행 부실 자산 매입 계획은 실행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 방안을 시행할 경우 은행 자본적정성을 오히려 악화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은행들이 이 리스크를 떠안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재무부의 프로그램에 민간 자본의 참여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하거나 의회가 자본 재확충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을 거부할 경우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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