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안개는 언제쯤 걷힐까. 여야가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법안 처리 방안을 극적으로 합의하고도 이튿날 열린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이 벌였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야당 반대 속에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 폐지 관련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야당은 여야 합의문에 '경제관련법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ㆍ야ㆍ정 협의를 거쳐 수정할 것은 수정해 처리한다'로 되어 있는데 위원장이 토론절차도 없이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고 강력 반발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실랑이가 일었다. 여야 의원이 각각 저작권법 개정안을 올렸는데 여당의원 개정안만 안건 처리해 날치기 통과시켰다는 항의다.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는 등 대치 상황이 다시 벌어지면서 처리키로 했던 법안 일부는 다음 국회로 넘겨야 했다. 이번 국회는 일단 끝났지만 남은 쟁점법안 처리에 다시 한번 '입법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소위 '3차 격돌'이다.
합의 하루 만에 벌어진 충돌에서 보듯이 여야가 형식적으론 합의를 도출했지만 갈등 근원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정면충돌이라는 최악 상황을 일단 100일 뒤로 미뤄놨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야 합의 이후 한나라당에선 거대여당의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자평이 나오고 있다. 대변인이 릲법안 직권 상정 처리를 자제하고 대화와 협의로 운용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대승적인 합의를 이루었다릳고 자찬했듯이 여당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민주당의 사정은 다르다. 거센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릲지도부가 우왕좌왕하면서 여당 지도부까지 동의한 합의안을 지켜내지 못했다릳며 지도부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등 미디어 관련법 처리시한과 방법을 못 박은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도 '2차 입법전쟁의 성적표는 낙제점'이라고 인정했듯 민주당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적 경륜이 있는 인사'들의 국회 복귀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의 후진적 정치행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는 이제라도 더 큰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까지의 대립은 사실 알맹이 없는 전쟁이었다. 국회 대치의 핵심인 미디어관련 법안 처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또 정치 사찰과 국민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는 사회관련 법안이 대기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내세워 속도전을 폈던 시급한 법안들은 이제 어느 정도 처리되고 첨예한 이해가 걸린 법안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여야가 합의한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의 구성과 기능, 역할부터가 문제다. 여당은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는 자문기구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야당은 단순 여론수렴기구가 아닌 의결권을 가진 실질적 의사결정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단 논의기구에서 법안을 만들어 문방위에서 처리하자는 것이다. 여야가 구성과 역할부터 날선 대립을 하다 보면 제한된 100일은 덧없이 흘러가고 '악법' 그대로 상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사회적 논의기구'가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형식적 포장'을 위한 수순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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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회개혁 법안이라고 분류되는 소위 '사이버모욕죄법'과 '마스크법' 등 국민들의 집회 자유를 제한하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우려가 큰 법안들도 여당이 무리하게 처리를 강행할 경우 더 큰 충돌을 불려올 수 있다. 사회관련 법안에는 각 당의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섣불리 처리하려 시도한다면 정국 '빅뱅'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립과 갈등, 불법과 폭력이 판치는 국회는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이다. 여야는 다음 국회를 열기에 앞서 누구를 위해 법안을 만드는 것 인지부터 성찰해야 한다. '정권'이 아닌 '국민'에게서 해답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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