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중·실업고 신명주부학교 주부 만학도· 한글학교 외국인 등 천여명 10일, 13일 잇달아 졸업식
가난과 여자라는 설움 때문에 학업을 접어야 했던 1000명의 주부 만학도들이 10일, 13일 잇달아 초·중·고 졸업장을 받는다.
한림중·실업고등학교 690명, 신명주부학교 220명 등 1000여명의 평균 나이 50세 늦깎이 학생들이 배움의 한을 풀게 됐다.
서울에서 몇 안 되는 학력인정 주부학교인 한림중·실업고등학교는 10일 오전 10시 운동장에서 졸업식을 갖는다.
미인가 학교인 신명주부학교도 13일 오전 10시30분 마천청소년수련관 5층 강당에서 초·중·고 졸업식 및 외국인 한글학교 졸업식을 개최한다.
◆한림실업고 졸업생 200명 대학 입학
“남모르게 가슴앓이 많이 했습니다. 딸아이 초등학교 때는 고등학교 졸업했다고 거짓말 했다가 표창까지 취소될 정도였죠.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30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되는 전영혜(50)씨는 만감이 교차한다.
혼자 몸으로 딸을 키우면서, 힘들게 이뤄낸 만큼 그 기쁨이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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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올케까지 다 중·고등학교 과정에 입학시킬 정도로 한림학교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는 전씨는 동네를 돌며 입학안내 전단 수백 장을 돌렸을 정도다.
건설하자보수 컨설팅 업무를 해왔던 전씨는 동서울대학 부동산학과에 입학해 본격적인 전문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전씨 뿐 아니라 이번에 졸업하는 400명의 한림실업고 졸업생 가운데 200여명이 대학에 합격하는 기쁨을 안았다.
이준로 한림초·중·실업고등학교 상담홍보부장은 “방송통신대학까지 포함하면 매년 300여명의 졸업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사회복지사로 2막 인생을 꿈꾸는 최청자(65) 씨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동서울대학 실버복지학과 09학번 새내기로 새출발한다.
중·고등학교 과정 내내 1등급을 놓치지 않았던 최씨는 무려 4개 대학에 합격하는 기쁨을 맛봤다.
“나이 많다고 안 받아 줄까봐 여기저기 막 냈지. 자식들이 대학등록금도 다 내줬어. 나 같은 사람이 어디 대학에 간다고 꿈이나 꿨겠나. 부모님이 못시켜준 공부를 한림학교가 해줬으니 너무 고맙지”
학급회장이면서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던 여장부 최씨도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주 5일 수업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중·고등과정 내내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개근상까지 거머쥐었다.
한편 60년 개교돼 93년 교육부 학력인정교로 다시 출발한 한림학교(교장 이현만)는 15년간 4000여명의 주부 중·고생을 배출했다.
1만여㎡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끝낸 한림학교는 올해 국내 최초로 청소년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병설 한림연예고등학교 신입생 선발을 앞두고 있다.
◆신명주부학교...정 나누는 작은 학교
이와 달리 작지만 강한 주부학교로 소문난 신명주부학교(교장 이동철)도 13일 졸업식을 갖는다.
최고령 졸업자인 최중례(75)씨를 비롯한 초·중·고·전문과정 160명과 60명의 외국인 신부들의 한글학교 졸업식도 같이 마련된다.
특히 최고령 졸업자인 최씨는 2001년 한글반 과정으로 시작해 무려 8년간 초·중·고 과정을 다녔다.
강북구 미아동에서 다니다보니 공부를 더 하고 싶어도 전문반 오후과정이 없어서 아쉬울 뿐이라는 최씨는 포르투갈 외교관인 막내아들을 비롯해 4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그 때는 공부를 할 수도 없었지. 해방되고, 6·25 겪고 그 난리통에 공부를 할 수가 있었나? 뒤늦게 시작한 공부가 재밌어서 다니다보니 벌써 8년이 후딱 지나버렸지”
이와 달리 전쟁처럼 공부를 해낸 만학도도 있다.
백기분(56) 씨는 2006년 중등과정에 입학해 3년 만에 중·고·전문과정을 마쳤다.
식당을 운영하며 점심시간에 맞추느라 종례도 듣지 못하고 늘 종종걸음으로 다니던 백씨는 이제야 홀가분한 마음이다.
“일일이 챙겨주시는 선생님들 아니었으면 마칠 수 없었을 거예요. 주부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시고요,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너무 소중한 추억입니다”
백씨는 “무엇보다 사각모를 쓰고 졸업사진을 찍었던 일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졸업식에서는 60명의 외국인신부들도 1년 과정의 한글학교를 졸업한다.
특히 한국에 시집온 지 7년째인 라켈 드빌리아(39·필리핀) 씨는 벌써 구가 진행하는 다문화가정여성 원어민 강사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어린이집 등에 원어민 동화강사로 활동할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말 실력이 부쩍 늘었다.
“한글 잘 몰랐는데 이제는 알아요. 우리 딸한테 책도 읽어줄 수 있어요. 그래도 말하는 건 아직 힘들어요. 한국말 어려워요. 가게일 하다가도 틈틈이 열심히 공부해요”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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