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실패로부터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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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제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기용됐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와도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 언제 간 중용이 예상됐던 인사들 이었다.


경제정책의 총사령탑을 맡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금융과 세제를 두루 경험했고 추진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정책의 수장에 오른 진동수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금융과 국제 업무를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정책 추진이 신중하다는 평이다.

경제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강만수 장관의 경질을 놓고 무척 장고했다. 강 장관에 대한 각별한 신뢰가 거듭되는 경질 요구에도 좀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강 장관으로는 더 이상 시장의 불신을 이겨낼 수 없었다고 판단한 것인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경질 후 국무회의에 참석한 강 장관과 전병우 금융위원장에 "꿋꿋하게 일관된 태도로 경제위기에 잘 대응했다"고 칭찬한 것도 겉치레는 아닌 것 같다.


새로 출범하는 경제팀은 '강만수 경제팀'의 과오에서부터 배워야 한다. '강만수 경제팀'은 '성장'이란 화두로 출범한 이후 국제 유가 폭등과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왔는데도 소위 '7-4-7'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책 전환에 실패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경제 상황에 속수무책 이었다. 성장률을 고집하다 예산안을 수정하는 웃지 못 할 실정도 범했다.

'강만수 경제팀'은 또 이른바 'MB노믹스'와 시장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시장의 신뢰를 잃고 대응에도 굼뜬 모습을 보였다. 고환율정책을 추진하다 국제 금융위기에 노출돼 외환유동성이 부족한 사태를 자초했고 외환차입 상환에 몰린 은행들에게 BIS비율을 강조하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을 불러왔다.


특히 맞물려 돌아가도 모자랄 관련 부처가 번번이 마찰을 빚으며 심지어는 책임을 서로 미루는 추태까지 보였다. 종합 부동산세 개편이나 감세 논쟁, 수도권 규제 완화, 기업 구조조정 등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청와대마저 다른 목소리를 냈다. 부처간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정책의 시그널이 제각각이다 보니 시장 혼란은 불 보듯 했다.


2기 경제팀이 나가야 할 방향은 자명하다. 먼저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 일본이 얼마 전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유럽이 다시 흔들리는 등 제2 금융위기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총체적인 경제 위기에서 다시 불안조짐을 보이는 금융시장부터 잡아야 한다. 1차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고 다시 2차 금융위기를 부르는 실책을 범해선 안 된다.


또 수출과 내수가 급격히 얼어붙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데 이어 12월 취업자 수가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다. 정부가 한국형 뉴딜 등 정책을 내놓았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기부양책과는 거리가 멀다. 새 경제팀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이 단순히 댐을 건설하고 경기를 부양시킨 것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복지정책이 주를 이루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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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아껴야 한다. 정책이 성안되기도 전에 무심코 던진 대통령이나 장관의 한마디가 경제 흐름을 왜곡시키고 정부의 신뢰를 추락시킨 사례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이명박 정부는 신중치 못한 언행으로 자주 말을 바꾸는 오류를 범했다.


새 경제팀은 말은 천천히 하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땐 과감하고 신속히 대응해 시장의 믿음부터 얻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과 시장이 믿지 않으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경제 살리기의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새 경제팀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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