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과시용 진압이었을까, 경찰의 피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경찰은 20일 새벽 용산 철거민 점거농성이 시작된 지 불과 25시간만에 본격 강제진압에 착수했다.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 수십명은 지난 19일 오전 5시부터 "강제철거를 하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 철거 전에 생계대책을 마련해달라"며 농성을 벌여왔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인 철거민들을 대상으로 대테러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특공대를 투입시켰다는 점 등에서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강력한 강제진압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경찰 측에서는 경찰이 더 이상 폭행당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찰력 투입이 지금까지 경찰이 보여왔던 진압 돌입 과정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경찰은 일반적으로 농성 혹은 시위자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우선 현장에서 협상 전문가를 보내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시도한다.
이후 설득이 실패하면 최종적으로 경찰력을 투입, 강제진압에 돌입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용산 철거민 점거농성 참사에서 철거민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 불과 25시간만에 특공대를 투입했다.
더욱이 농성자들이 6개의 난로ㆍ80여개의 기름통ㆍ화염병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이미 밝히는 등 사실상 인명피해가 예견된 상태에서 경찰이 무리수를 두고 진압을 시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경찰 내부에서도 어떤 상황이든 대화를 앞세우는 것이 당연하지 무작정 진압에 나서는 법은 없다며 어떤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번 사태는 확실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 주변에서는 이에 대해 이틀 전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신속한 진압작전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마음에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은 20일 낮 용산서 대강당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진압에 대해 "불법 행위를 묵과할 수 없어 경찰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철거민들이 경찰은 물론 행인을 향해서 새총으로 유리구슬과 골프공을 쏘고 화염병을 던져 주변 상가와 건물에 불이나는 등 피해가 확산될 우려와 함께 채증을 위해 나선 경찰을 폭행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것.
백 서장은 또 "19일 열린 일선 대책회의에서 진압 결정이 났다"고 말했지만 이번 진압작전을 누가 최종 승인했는지, 시경에서 별도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거민을 경찰이 대상으로 불과 25시간만에 강제진압에 나선 것, 대테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점 등에 대해서는 비난을 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용산 철거민 점거농성 현장 시간대별 상황 정리>
▲19일 오전 5시 30분 = 용산구 중앙대 용산병원 맞은 편 재개발지역의 5층짜리 건물에서 철거민 수십명이 옥상을 점거, 농성 시작. 경찰 측에서는 경비병력 3개 중대 300여명 투입해 만일의 사태 대비
▲19일 = 농성중이던 철거민들 새총으로 구슬 등을 쏘고, 화염병을 투척 시작. 경찰, 물대포 살수
▲ 20일 오전 1시22분 = 철거민 투척 화염병으로 농성장 옆 상가 건물 가림막에 화재 발생했지만 40분만에 진화
▲ 20일 오전 6시12분 = 경찰, 농성중인 철거민 향해 물대포 살수 시작
▲ 20일 오전 6시45분 = 경찰 특공대원들 컨테이너 박스를 타고, 10t짜리 기중기를 사용해 건물 옥상진입 진압 시도. 철거민 화염병 투척 등 저항
▲ 20일 오전 7시10분 = 컨테이너 박스 3개를 쌓아 만든 옥상 망루에 화재 발생. 특공대원들 화재 소화하며 망루 진입 시도
▲ 20일 오전 7시26분 = 특공대원들이 망루 1단에 진입하자 3단에 있던 농성자들이 1단으로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다시 화재 발생. 이 과정에서 망루 무너지고 특공대원들은 철수
▲ 20일 오전 8시 = 망루 화재 완전진화. 수색도중 사망자 발견
▲ 20일 오전 11시45분 = 경찰 '망루 수색 도중 사망자 5명(경찰 추정 1명), 부상자 23명(경찰 17명, 농성자 6명) 추정' 발표
▲ 20일 오후 12시40분 = 시신 1구 추가 발견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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