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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드루킹, 19대 대선때도 추천·댓글 활동…국정원 사건 수법 '판박이'

최종수정 2018.04.17 15:18 기사입력 2018.04.17 11:20

사진=아시아경제DB



[단독][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부애리 기자] '더불어민주당원 여론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 일당이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론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정치권에서는 주요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글에 추천ㆍ댓글을 품앗이 하는 등의 수법이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정보원ㆍ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조작 사건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의 기법을 활용해 결국 꼬리가 밟혔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17일 아시아경제는 김씨 일당의 여론조작 정황이 담긴 자료를 입수했다. 해당 자료에는 김씨 일당으로 추정되는 세력이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3월 중순까지 엠엘비파크(MLBPARK), 뽐뿌, 82cook, 루리웹, SLR클럽, 딴지일보 등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내역이 담겨있다.

해당 아이디(ID)들은 드루킹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블로그 '경인선(經人先ㆍ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등의 글을 주요 커뮤니티에 퍼나르는 방식으로 여론조작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해당 ID들은 서로의 글에 추천ㆍ댓글을 품앗이 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 내 영향력을 강화했다.



예컨대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중 방문자 수 2~3위권에 해당하는 MLBPARK에서는 24h***(게시글 56건), 초*(게시글 57건), 곰*(게시글 23건) 등 6개의 닉네임이 포착됐다. 가입일이 2016년11월22~23일로 유사한 이들은 주로 경인선 블로그의 글을 퍼 나르고, 서로의 글을 추천했다. 일부 글에는 댓글도 달았다.

이들이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활동을 개시한 시점은 김씨가 김경수 민주당 의원을 접촉한 시기와 일치한다. 경찰 측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김 의원에게 인스턴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 왔다.

김씨의 조직인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한 회원도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씨가 2016년부터 문재인 정권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에 글을 한 편씩 게재했다"며 "(경공모의) 전 회원이 밤을 새 가며 퍼날랐다"고 확인했다.

이 같은 활동양태는 방문자 수 10위권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뽐뿌' 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됐다. 뽐뿌에서는 닉네임 0h***(게시글 62건), 초*(게시 131건) 등이 서로의 추천ㆍ댓글을 품앗이 했다. 이 중 닉네임 0h***는 MLBPARK에서 활동한 24h***와 동일한 ID(diox******)을 사용하고 있었고, 커뮤니티 가입일 역시 2016년 11월23일로 조사됐다. 초*의 경우 MLBPARK에서 활동한 초*와 닉네임 조차 동일하다.

친여권 성향의 커뮤니티인 '딴지일보'에서도 유사 정황이 포착됐다. 닉네임 베**(게시글 46건)는 주로 당시 새누리당ㆍ국민의당 관련한 기사, 문 후보의 동향 등을 게시판에 게재했다. 베**는 프로필에 '경인선'을 게시했고, 가입일은 2016년9월로 다른 의심계정의 가입일자와 거의 유사했다.

이들이 작성한 글은 '문재인 대세론이 다른 이유', '원칙주의자 문재인', '완전국민경선에 임하는 자세' 등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를 옹호하거나 대선 후보 경선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대선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이재명 전 성남시장 등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댓글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드러났다. 이들은 이 전 시장을 비판하는 글에는'이런 사람은 출당 시켜야 한다', '저런 종지그릇으로 어찌 한 나라를 이끌 수 있겠나' 등의 댓글을 품앗이하기도 했다. '친문패권' 주장에 비판하는 글에는 '패권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4월 대선 구도가 확정된 이래로 이들의 여론조작 활동이 확대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여론조작 정황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최초 제보한 최모(34)씨는 "(여론조작 활동이)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의 단설 유치원 발언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특히 지지율이 역전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조작 활동이) 확실하게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로의 글에 추천ㆍ댓글을 달아 여론을 확산시키는 수법은 지난 2012년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 등에서 벌인 댓글 조작사건을 꼭 빼닮았다. 실제 국정원 직원이었던 유모(44)씨는 '좌익효수'라는 닉네임으로 포털사이트는 물론 '오늘의유머'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추천ㆍ댓글을 이어가는 형식으로 여론을 조작한 바 있다.

최씨는 "한 사람이 글을 쓰면 다른 사람들이 몰려가 추천하고 댓글을 다는 것은 온라인 마케팅에서도 종종쓰는 수법"이라며 "정교한 여론조작 작업이라면 각 커뮤니티의 과거 ID를 구입하거나 가입일자를 달리했겠지만 (드루킹 일당이)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걸린 것이다. 그런 점은 국정원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역시 이같은 지적에 동의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의혹과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의 다른 점은 (당사자가) 공무원 신분이냐 민간인 신분이냐 하는 점"이라면서도 "대선 전이라는 시점에 특정한 방향으로, 글을 만들어 올렸다는 점은 (국정원 사건과) 유사하다. 추천 기능을 통해 글을 상위로 올리는 것도 여론을 흐리게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간인 신분인 김씨 일당의 대선 당시 여론조작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명시적인 금품ㆍ이권 수수관계 등이 확인되지 않는 한, 민간인의 정치활동 자체를 제재 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포인트는 이같은 행위가 순수한 정치참여의 표현인지, 아니면 특정한 목적성을 가진 것인지의 여부"라며 "그래서 중요한 것이 (검찰 등 수사당국의) 수사의지다"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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