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지뢰밭"…이념 갈등의 전선 된 美 대학 졸업식
미국 대학 졸업식 연단이 정치·이념 갈등의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미국 사회의 정치 양극화가 대학 졸업식 문화까지 침투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논란이 되지 않았던 연사 선정이 이제는 대학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전쟁·DEI·트럼프 지지 여부 논란
졸업식 연사 취소 잇따라…재정 압박까지
방탄조끼·사전 녹화로 대체하는 대학들
미국 대학 졸업식 연단이 정치·이념 갈등의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이스라엘 전쟁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면서 졸업식 연사들의 초청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스스로 물러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럿거스대 공대는 최근 동문인 바이오기업 최고경영자(CEO) 라미 엘간두르의 졸업식 연설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이스라엘을 비판한 엘간두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문제 삼아 일부 학생들이 졸업식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엘간두르는 대학 측 조치를 "도덕적 비겁함"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지타운 로스쿨의 초청을 받았던 모턴 샤피로 전 노스웨스턴대 총장은 친이스라엘 논란 속에 스스로 물러났다. 샤피로 전 총장은 "겸손과 감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축제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졸업식 연사 논란이 재정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와 반(反)DEI 입장으로 논란이 된 공화당 소속 팸 에벳 부지사 초청을 철회했고, 이에 에벳 부지사는 대학 자금 지원 중단을 거론하며 반발했다. 그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은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며 "캠퍼스에서 토론돼야 할 견해가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사의 안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가 총격으로 사망한 유타 밸리대에서는 작가이자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샤론 맥마흔은 "커크를 애도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연설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으나, 일부 공화당 의원이 커크 사망 직후 맥마흔이 올린 SNS 발언을 문제 삼아 비난했다. 맥마흔은 경호팀 고용과 방탄조끼 착용까지 검토했으나,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연설을 취소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도 연사로 예정된 듀크 에너지 CEO를 향한 총격 협박이 온라인에 올라와 보안 우려가 제기됐다. 또 뉴욕대 일부 단과대는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졸업 연설을 사전 녹화 영상으로 대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미국 사회의 정치 양극화가 대학 졸업식 문화까지 침투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논란이 되지 않았던 연사 선정이 이제는 대학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학문의 자유를 추구하는 비영리단체 '헤테로독스 아카데미'의 존 토머시 회장은 "일부 대학의 경직된 분위기는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한 관용을 가르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개인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재단(FIRE)의 로버트 시블리는 "백악관 기자단 만찬 총격 사건 등 폭력 사태가 대학들에 안전 문제를 명분으로 한 통제 강화의 구실을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