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으면 된다는 말 와닿지 않아, 영업 공백 막막"…소상공인은 출산·육아 지원 사각지대
한성숙 중기부 장관, 여성·청년 소상공인과 현장 간담회
"매장에서 12시간 넘게 일하는데 '낳으면 다 된다'는 말이 와닿지 않아요. 직장을 다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합니다."(정봉규 에프이에이티 사장)
"출산 10일 전까지 일하고, 아기 낳고 한 달 만에 출장을 갔어요. 1인 사업자이자 근로자인데 제가 일을 안하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으니까요."(장미화 플랜제이 대표)
출산·육아와 생업을 병행하는 소상공인들이 일·가정 양립을 위해 지원금 확대 등 사회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들은 육아휴직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경력 단절과 폐업 위험에 더 광범위하게 노출돼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다섯번째)이 12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에프이에이티에서 열린 '여성·청년 소상공인 출산·육아 관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2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카페 에프이에이티에서 여성청년소상공인 출산·육아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일·가정 양립 제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고 있는 소상공인의 영업 공백과 소득 감소 문제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 앞서 한 장관은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무슨서점, 유메이크쿠키, 아틀리에보은 등 영업 현장을 찾아 소상공인들을 격려했다.
한성숙 장관은 "임신 출산 관련 제도들이 근로자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고 자영업자들은 사업자라는 이유로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 대체인력 활용이나 돌봄 지원 측면에서 체감할 수 있는 안전망이 부족하다"며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잘하려면 임신·출산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자영업자들이 성장해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필요한 징검다리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출산과 육아를 거치는 과정에서 업무를 대체할 인력이 없어 돌봄 공백이 곧 '경영 공백'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조윤수 지니더바틀 대표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육아휴직을 쓰기가 눈치 보이고 사업주가 대놓고 쓰지말라고 하기도 한다. 공백을 메우려면 사람을 채우거나 업무를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지원사업 등 제도가 생겨서 사업장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지속 가능한 인력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미화 플랜제이 대표는 "파티 기획 업무는 연말, 연초에 행사가 많아서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없어서 한 달 만에 쉬지 않고 일을 했다. 남편이 아이를 봐줄 때는 직원을 써야하는데 인건비만 최소 1인당 10만원이 든다"며 "1인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에게 주는 출산 지원금이 3개월간 50만원씩 나오는데, 남편은 해당사항이 없어서 자영업자임에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신혼부부 등 육아를 경험하지 않은 소상공인들도 출산·육아와 가게 운영 병행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정봉규 에프이에이티 사장은 "자영업자여도 직원이 없다보니 근로자의 역할도 함께 가져갈 수 밖에 없는데 거기서 오는 괴리감이 크다"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이 자영업자에게는 제약이 많다. 지원받을 때도 품이 너무 많이 든다. 실생활에 더 와닿는 지원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예은 유메이크쿠키 사장은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지만 육아를 할 때 저를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 막막하다. 가게가 지금은 잘 유지되고 있지만 출산 후에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가게를 운영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학원이나 클래스에 다니기도 한다"며 "아이를 낳고 복귀하더라도 시간, 비용 등이 들어갈텐데 결국은 경력단절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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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은 "프리랜서 지원금 상향은 예산이 많이 필요한 분야여서 관련 부처를 쉽게 설득하기는 어렵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도록 재정당국과도 협의해나갈 것"이라며 "자영업자는 개인이지만 전통시장이나 골목형상점가 등도 함께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협동조합 등의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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