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합병성공률·인기 떨어진 스팩…그래도 살려야 한다
합병 성공률 38.5%로 뚝…공급 누적도 겹쳐
VC회수 IPO 의존 심화…스팩 보완 논의 필요
"기업들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메리트를 잘 못 느끼는 분위기가 있어요. 실적이 좋으면 직상장을 택하지 왜 굳이 스팩을 하느냐는 거죠."
최근 만난 국내 벤처캐피털(VC) 대표는 스팩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을 우려했다. 스팩은 비상장사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증시에 먼저 상장하는 페이퍼컴퍼니로, 3년 안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청산된다. 증시가 호황을 누리면서 알짜 기업이 직상장으로 몰리고, 스팩 매물 풀은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대주주가 지분을 거의 100% 쥔 알짜 비상장사는 감사·지배구조 정리 부담 탓에 상장 실익도 크지 않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2024년 65~69%이던 스팩 합병 성공률은 지난해 38.5%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상장폐지된 스팩은 8건에서 24건으로 세 배 늘었고, 신규 상장도 25건으로 37.5% 줄었다. IPO 공모금액 비중도 2023년 13.4%에서 5.7%까지 떨어졌다. 2022년 45건 정점을 찍은 신규 상장이 누적된 결과, 만기 도래 스팩이 무더기로 청산됐다.
미국은 이미 홍역을 치렀다. 스팩으로 상장한 니콜라는 사기 논란 끝에 파산했고 루시드는 고점 대비 80% 이상 급락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시 의무 강화, 예측정보 면책 제한 등으로 제도를 손봤다. 한국 금감원도 이를 참고 사례로 들며 규제 정비를 예고했다.
다만 국내 현장에선 규제 미비보다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미국은 과열과 부실의 결과로 규제 강화에 들어섰지만, 한국은 시장이 위축되는 와중에 같은 처방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팩 합병이 일반 IPO보다 기업실사·예측정보 책임이 느슨하다는 지적은 타당하지만, 형성 과정이 다른 시장에 같은 처방을 내릴 수는 없다.
초기 투자 비중이 높은 또 다른 VC 대표는 "우리나라는 회수 시장이 상장 말고는 거의 막혀 있다"며 "M&A가 늘었다는 통계도 대부분 구주매각으로, IPO가 막히자 지분을 털어낸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IPO가 좋아 스팩 위축이 큰 문제로 보이지 않지만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회수 경로는 일제히 막힌다. 회수가 사실상 IPO 하나로 수렴된 구조에서 대안이어야 할 스팩마저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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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단순한 규제 강화에 있지 않다.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스팩이 실제 회수 경로로 작동하도록 설계를 바꿔야 한다. 시장에서는 존속기간 연장, 삼각합병 허용, PIPE(상장사 사모 유상증자) 활성화 등 제도 도입 초기부터 거론돼온 의제가 다시 논의 선상에 오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회수 경로 전반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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