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임원, 男 얘기가 아닙니다"[K인구전략]
(27)신한금융·하나금융
여성리더 육성프로그램 눈길
커리어·인맥 쌓기 요람 역할
男 성역 직군 지원자도 늘어
과거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이었던 금융권은 점차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타 업권에 비해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은 곳으로 꼽힐 정도다. 실제로 아시아경제 양성평등 종합점수 집계 결과, 금융권(상위 15개사·2022년 기준)의 여성 정규직 비중은 평균 48.67%로 100대 매출 기업 평균 20.35%보다 28%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관련 기사 본지 8일·9일자 참조)
이 같은 변화에 금융권은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비율 할당제를 도입하면서 여성리더 키우기에 나섰다. 여성리더의 증가는 K인구전략에서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여성이어도 리더가 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믿음은 여성 커리어 유지에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금융권 여성리더 육성은 주요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금융권 최초로 2018년부터 여성리더 육성프로그램인 '쉬어로즈(SHeroes·신한의 여성 영웅들)'를 출범시켰으며 하나금융그룹도 2021년 차세대 여성리더를 육성하는 '하나웨이브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여성 임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신한 쉬어로즈는 2022년까지 220명이 수료했는데, 여기에서 여성 임원 및 본부장 20명이 배출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여성리더가 늘면서, 이들이 리더십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역량 및 네트워크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며 "여성리더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더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웨이브스도 지난해까지 98명이 수료했으며 이중 7명이 임원 및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그룹의 여성리더 비율은 임원 7.1%, 관리자 25%로 2030년까지 여성 임원과 관리자 비율을 각각 15%와 3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 네트워크의 '장'…또 다른 여성리더의 탄생
진미경 신한카드 상무는 쉬어로즈 2기 출신이다. 현재 직원 85명을 이끌며 신한카드의 소비자보호총괄(CCO)을 맡고 있다. 진 상무는 3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내외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쉬어로즈가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높은 자리에 갈수록 어렵게 느끼는 것은 '인적 네트워크'다. 진 상무는 "자리가 높아질수록 주변에 역량 있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주변에 둘까 걱정이 컸다"며 "쉬어로즈를 통해서 관계를 맺다 보니 굉장히 많은 인맥이 형성됐고,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쉬어로즈는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부서장 이상의 여성 리더가 모여 전문가 멘토링을 받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이다. 특히 신한금융 산하 각 계열사에서 관리자급 여성들이 모이는 만큼 서로 큰 동기부여가 되고 인맥이 형성된다고 진 상무는 설명했다. 그는 "웬만한 경험은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은행, 보험, 증권 부문 부서장들이 각자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또 항상 끝나고 회식을 했는데 여성들끼리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큰 자산이 됐다"고 덧붙였다.
하나웨이브스도 매년 5~6개월간 프로그램 과정을 이수하는 방식으로, 각 계열사의 여성 리더들이 모여 리더십 특강, 기업금융, 디지털 등 전문 직무 과정을 수행한다. 1기를 수료한 박영미 하나은행 본부장은 지점장과 지역본부장을 거쳐 현재 서부영업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회사 내에서 배우고 싶었던 여성 선배에게 특별한 계기 없이 '밥 먹어요'라는 이야기를 하기가 참 쉽지 않았다"며 "그런데 하나웨이브스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좋은 선·후배, 동료들과 자주 연락할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고 말했다.
등용문의 '터닝포인트'
여성리더 교육프로그램의 존재 자체가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진 상무는 쉬어로즈가 '넛지(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역할을 하면서 등용문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상무는 "각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여성 임직원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며 "그렇다보니 (여성 리더도) 본인의 커리어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회사에도 이득이다. 여성리더의 소속감을 높이고 직원 간 연대감을 키워주면서 업무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진 상무는 "그룹 내에서는 계열사가 서로 한 식구라고 하지만, 문밖의 다른 회사라 서로 알기가 쉽지 않은데 '쉬어로즈'로 인식하고 그룹으로 묶어주니까 '한 식구'라는 느낌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 역시 "선배기수와 후배기수가 멘토링이 맺어지기 때문에 외연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기수끼리 모여서 그동안 고민해왔던 현장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여성들도 요직 진출 관심
금융지주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각 계열사에서도 여성 리더십 교육 제도를 늘리고 있다. 이에 임원을 목표로 하는 여성 직원도 증가했다. 박 본부장은 "그간 여성 직원 대부분은 ‘임원은 나와 상관없는 자리’라고 생각했다"며 "웨이브스라는 프로그램에 들어가 내 역량을 키우다 보면 자연스레 커리어 성장, 임원에 대한 동기부여 등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성이 도전하기 어려웠던 직군에 대한 지원도 늘고 있다. 통상 남성이 많았던 하나은행 기업금융전문가(RM)에 새롭게 부임한 여성 직원은 2022년 하반기 3명에서 올 상반기 8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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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상무와 박 본부장은 커리어를 더 높여나가고 싶은 여성들에게 다양한 보직에서 경험을 쌓으라고 입을 모았다. 경험이 많은 인재는 성별을 떠나 회사가 중책을 맡기는 데 적임자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진 상무는 "예전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하게 경험을 쌓지 않은 상태에 있다 보니 직급이 올라가면 (더 올라가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후배들에게 경험을 많이 하고 커리어를 다양하게 쌓으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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