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 번의 눈물과 미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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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이 공교롭게도 한날 눈물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순직 경찰·소방관 부모 앞에서, 정 대표는 12·3 불법 계엄의 기억 앞에서, 우 의장은 개헌안이 멈춰 선 국회 본회의장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정치인의 눈물은 메시지다. 장소와 사연은 달랐지만 세 장면은 각각 이런 질문을 남겼다. 국가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고, 권력은 어떻게 통제돼야 하며, 국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순직 경찰·소방관 부모들을 마주한 자리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랑하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그 슬픔 앞에서, 그 어떤 말로도 위로를 다 할 수 없음을 잘 안다." 단상에서 내려와 연신 눈물을 훔쳤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위로를 넘어, 희생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국가의 방향을 가리키는 약속이었다.


정 대표는 서울 송파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속 연평도 수용시설을 거론하며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자신과 이 대통령도 수용시설로 끌려갔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권력이 헌법의 통제 밖으로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환기한 장면이었다.

국회에선 우 의장이 '6월 3일 개헌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절차 중단을 선언한 뒤 눈물을 닦으며 의장석을 떠났다. 국민의힘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예고하면서 39년 만의 개헌 기회가 물거품이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국회는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담고, 대통령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며, 국가의 지역균형발전 책임을 명시하는, 이른바 '최소한의 개헌'을 이뤄내지 못했다.


정치인의 눈물에는 늘 해석이 따른다. 이따금 연출로 폄하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날 세 사람의 눈물은 정치적 레토릭과는 거리가 멀었다. 첫 번째 눈물은 국가가 국민에게 져야 할 책임을, 두 번째 눈물은 국가권력이 거꾸로 국민을 위협할 수 있음을 재차 상기시켰다. 세 번째 눈물은 책임과 통제를 제도화해야 할 국회가 멈춰 선 현실을 보여줬다. 세 장면은 각기 달랐지만, 국가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었고 결국 제도로 답해야 할 과제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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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눈물은 그 자체로 답이 될 수는 없다. 눈물의 의미가 헌법과 법률의 근거가 되고, 정책과 제도로 이어질 때 비로소 국민에게 닿을 수 있다. 절실하고 중대한 미완의 과제를 두고, 기약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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