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왜 한국을 떠났나]해외서 벌어도 한국엔 덜 남는다…K팝 세계화의 역설
③현지 비용·세금…줄줄 새는 돈
공연·플랫폼 성장 정산 구조 복잡
"국내 산업 환류 구조 마련 시급"
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지난 17~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BTS WORLD TOUR ‘ARIRANG’ IN TOKYO’ 공연 모습. 빅히트뮤직
K팝은 해외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둔다. 하지만 그 돈이 한국에 그대로 남는 것은 아니다. K팝 무대가 세계로 넓어지고 매출도 커지면서 수익 구조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2025년 매출 2조649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공연 매출은 7639억원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연 글로벌 공연은 279회에 달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499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73% 감소했다. 신규 아티스트 데뷔 비용과 사업 구조 개편 비용을 반영한 결과다. 매출은 커졌지만 수익은 그렇지 못했다. K팝 세계화의 역설이다.
현지 사업 구조가 원인이다. K팝은 더 이상 한국 본사에서 음반을 만들어 해외에 파는 방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지 법인과 파트너가 함께 움직인다. 매출도 해외에서 생기고 비용도 해외에서 빠진다. 현지 인력, 홍보, 법무, 회계 운영비가 먼저 붙는다. 해외에서 번 돈이 본사로 곧장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다.
두 번째 이유는 투어 비용이다. 공연은 많이 벌지만 많이 쓴다. 공연장 대관료가 크다. 무대 장비와 음향, 조명, 운송비도 따라붙는다. 현지 프로모터 수수료와 보험료, 보안 비용도 든다. 아티스트와 스태프 이동비까지 합치면 지출 규모는 더 커진다. 티켓 매출이 크다고 순이익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세금 부담도 있다. 해외 공연 수익에는 현지 세법을 적용한다. 미국 국세청(IRS)은 외국인 예술가와 운동선수에게 지급하는 공연 대가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30% 원천징수를 부과한다. 중앙원천징수협약(CWA) 등을 통해 실제 부담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해외 공연에서 세금과 정산은 중요한 변수다.
환율과 정산 시차도 변수다. 해외 공연 수익은 현지 통화로 발생한다. 정산에는 시간이 걸리고 환율이 움직이면 원화 기준 수익도 달라진다. 현지 법인과 프로모터, 플랫폼, 결제 사업자를 거치면서 실제로 남는 돈은 줄어든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팬을 붙잡는 데는 비용이 든다. 서버와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라이브 방송과 자막, 커뮤니티 관리, 상품 배송도 필요하다. 플랫폼은 장기적인 기반이지만 단기 이익을 바로 키우는 장치는 아니다.
문제는 통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KCTI)은 K팝 해외 매출액 동향 보고서에서 관련 국내 연구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해외 인기에 관한 보도는 많았지만 전체 매출과 성장 속도를 종합적으로 볼 자료는 적었다는 뜻이다. 돈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더 세밀한 통계가 필요하다. 오시진 KCTI 데이터분석팀 차석전문원은 "K팝 해외 매출액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 주목해야 한다"며 "이제 필요한 것은 성장의 질을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팝 세계화를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해외 법인과 현지 투자는 더 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비용이다. 현지 팬을 만나려면 현지에서 써야 할 돈이 있다. 관건은 그 성과가 국내 산업으로 얼마나 다시 흘러오느냐다. 국내 창작자와 스튜디오, 플랫폼 기술, 저작권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K팝은 커지지만 한국 산업의 몫은 작아질 수 있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공연 수출이 커질수록 그 효과가 국내 제작 생태계로 돌아와야 한다"며 "무대 위 수익이 무대 뒤 산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해법은 세 가지다. 해외 매출 통계를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공연, 스트리밍, 플랫폼, 기획상품 매출을 나눠 분석해야 정책을 세울 수 있다. 또 저작권과 제작 역량을 국내에 더 많이 남겨야 한다. 핵심 권리가 국내 창작자에게 돌아와야 성과가 자산으로 쌓이는 효과가 있다. 플랫폼과 지식재산권(IP) 주도권도 지켜야 한다.
정부도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 업무보고에서 맞춤형 육성전략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제작과 투자, 유통을 하나로 잇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책 속도가 시장을 따라가야 한다. 기업은 이미 해외에서 만들고 정산한다. 세계화한 K팝에 맞는 회계와 세무, 저작권 지원 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
K팝은 앞으로도 해외에서 더 크게 벌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건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남느냐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콘텐츠가 나와도 장기 수익이 해외 플랫폼에 쌓이면 국내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K팝 역시 해외 매출 규모보다 저작권과 IP, 제작 역량이 국내에 축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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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해외 매출의 양적 성장을 넘어 국내 창작자와 기술 기업이 정당한 몫을 가져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K팝의 영토 확장이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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