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發 'AI 국민배당금'이 코스피 급락 원인?…SNS 원문·시장 흐름 따져보니
김용범 페이스북, 이재명 정부 경제구상 발신 창구로 부상
이번엔 AI 초과세수 활용론 원칙 수립 제안
李대통령 'AI 기본구상'과 맞닿아
블룸버그는 "증시 변동성 촉발" 해석…시계열상 단정은 어려워
파장 일자 청와대 "내부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 일축
野 "기업 이익 환수" 공세에 與 "명백한 논점 일탈" 반박
예민한 시기엔 보다 세밀한 메시지 관리 필요 조언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주요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호황과 코스피 재평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초과세수 문제까지 김 실장의 글은 공식 정책 발표 이전에 정부 핵심 참모의 문제의식을 선제적으로 드러내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다만 개인 의견과 정책 신호의 경계가 모호한 만큼 시장과 정치권이 이를 즉각 정부 정책으로 해석하며 논란이 커지는 양상도 되풀이되고 있어 보다 세밀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장중 코스피 급락 배경을 둘러싼 논란은 김 실장이 11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라는 장문의 글에서 비롯됐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경쟁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존 순환형 수출경제를 넘어 기술독점적 경제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국민배당금(가칭)'인데, 이는 AI 인프라 확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과세수와 성장 과실을 어떤 원칙으로 활용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제시됐다. 그는 "초과세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은 허황된 이야기"라고 전제하면서도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과 초과세수로 이어질 경우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와 관련한 여러 구상도 제시했다. 김 실장은 국가부채 감축이나 국부펀드 형태의 장기 비축도 선택지로 언급했고, 구체적 용처로는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전환 교육 계좌 등을 열거했다. 특정 현금성 지급안이 아니라 AI 시대 성장 과실을 어떤 사회계약으로 제도화할 것인지에 대한 제안에 가까웠다.
이번 글은 김 실장이 최근 이어온 경제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앞서 '코스피 7500 그리고 1만의 문턱 앞에서'라는 글에서 반도체 호황이 기존 국내총생산(GDP) 통계와 세입 추계 체계로는 충분히 포착되기 어렵다면서 역대급 세수를 고려해 기존의 낡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글은 그 세수를 어떤 원칙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후속 논의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온 'AI 기본사회(기본소득)' 구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AI가 생산성과 기업 이익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일자리와 소득의 양극화를 키울 수 있는 만큼, 성장 과실을 사회적으로 확산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는 파문이 확산하자 이번 글이 곧바로 정부 정책으로 해석되는 데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실장이 SNS에 게재한 내용은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의 SNS가 증시 변동성 촉발했다는 블룸버그…인과관계는?
코스피 지수가 8000선을 턱 밑에 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증시와 환율 등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8% 오른 7953.41에 장을 시작했다. 2026.5.12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블룸버그통신은 이날 'AI 이익 국민배당 구상에 요동치는 한국 증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구상이 투자자들의 해석 혼선을 키워 한국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을 촉발했다는 보도를 했다. 코스피가 장중 5.1% 하락했다가 김 실장이 새 횡재세가 아니라 AI 붐에 따른 초과세수 활용 취지라고 설명한 뒤에야 낙폭을 줄였다는 후속보도도 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고위 정책 당국자가 AI 수익에 대한 세금을 활용해 국민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을 부유하게 만든 AI 붐의 이익을 재분배해야 한다는 당국 내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썼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쏠림, 올해 코스피 급등에 따른 부담, 외국인 매도 흐름 등을 거론하면서도 김 실장의 SNS 글이 "한국 증시에 큰 변동성을 불러왔다. 투자자들이 김 실장의 제안 범위를 해석하는 데 혼선을 빚으면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5.1%까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날 김 실장의 SNS가 나온 시기와 증시 흐름을 보면 인과관계는 불확실하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31.17포인트 오른 7953.41에 개장했다. 장 초반에는 7999.67까지 오르며 8000선에 불과 0.33포인트 차로 접근했다. 김 실장의 글이 전날 밤 이미 공개됐음에도 장 초반 시장은 급락이 아니라 미국 반도체주 강세와 AI 랠리 기대를 반영해 상승 출발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같은 흐름이었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29만1500원까지 올라 최고가를 경신했고, SK하이닉스도 196만7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시장의 흐름이 바뀐 것은 오전 10시 전후였다. 코스피는 장 초반 고점 이후 상승 폭을 줄이다 장중 한때 7421.71까지 밀렸고, 최종적으로 7643.15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는 김 실장이 추가로 "기업의 이익에 새로운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지"라는 설명을 내놓은 뒤 낙폭이 일부 만회됐다고 진단했지만, 오후 들어 지수는 다시 낙폭을 확대한 뒤 장을 마쳤다. 단기 급등 부담, 외국인 차익실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경계감, 중동 정세 불안 등 복수의 변수가 겹친 흐름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실장 발언 두고 與野 공방…與 색깔론 공세에 野 "명백한 논점 일탈"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등 야권은 김 실장의 구상을 '기업 이익 환수' '반시장 정책'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폈다. 시장이 민감한 시점에 청와대 핵심 참모가 '초과이윤'과 '국민배당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것이다. 정책실장의 글은 개인 의견이라고 해도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경북도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기업이 번 돈을 정부가 뺏어다가 나눠주는 것, 공산당이나 하는 짓 아니냐"라고 색깔론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김 실장 글을 기업 배당정책 개입이나 강제 환수론 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다. 또한 공식적인 세제 개편안도, 기업 이익 몰수 방안도 아니었다. 오히려 AI·반도체 호황이 초과세수로 이어질 경우 이를 단기적으로 소진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전략적 활용 원칙을 미리 세우자는 장기 전략론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실장의 제안에 대해 대규모 법인세 초과세수가 발생할 경우 재원을 원칙 없이 단기적으로 소진하지 말고 체계적인 활용 원칙을 미리 설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기업 이익을 정부가 강제로 나눠 갖자는 것이 아니다"며 "마치 정부가 기업에 '이익을 국민에게 직접 배당하라'라고 강제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명백한 논점 일탈"이라고 비판했다. 색깔론을 덧씌워 '사회주의'라고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래전략 논의를 정쟁으로 몰아가는 소모적 정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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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등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보다 정돈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부 핵심 참모의 공개 글은 정책 상상력을 넓히고 장기 의제를 조기에 공론화하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예민한 국면에서는 단어 하나가 정책 신호로 해석돼 논란이 되고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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