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이 안전자산 아니라고?…주식·채권 동조화에 엇갈리는 반응
주식·채권 상관계수 양(+)으로 전환
"동조화 지속시 다른 안전자산 찾을 것"
고금리 채권 여전히 안전판이라는 지적도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조화하면서 주식에 대한 채권의 헤지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채권이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역할을 하지 못해 다른 안전자산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여전히 안전자산으로서 채권의 기능은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
주식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
13일 코스콤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 수익률과 미국 10년 국채선물 가격 수익률의 월별 상관계수는 지난 2월 기준 0.38이다. 상관계수는 음(-)을 유지하다가 2022년 2월 양(+)으로 전환했다. 상관계수가 음(-)이면 주가와 채권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고 상관계수가 양(+)이면 주가와 채권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2022년 들어 두 수익률의 상관계수가 양(+)이 되면서 주식과 채권이 동조화하고 있다. 주가가 오를 때 채권 가격도 오르지만, 주가가 내려갈 때 채권 가격도 하락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두 수익률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던 과거와는 달라졌다.
이는 미국 국채 외 영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장기국채에도 적용된다. 존 캠벨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채권의 가격 변동이 주식시장과 얼마나 연관됐는지 보여주는 채권 베타에 주목했다. 그는 "채권 베타값은 2010년대 평균 -0.2로 음(-)을 유지하다가 최근 양(+)의 영역으로 돌아섰다"며 "이는 미국, 영국, 유로존 등에서 모두 똑같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채권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 채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관투자가 입장에선 포트폴리오 구성 시 주식과 채권을 담아두면 두 자산이 서로를 헤지하면서 위험을 통제할 수 있었다.
이런 헤지 전략은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간주될 때만 유효하다. 캠벨 교수는 "채권 베타가 계속 양(+)이라면 채권도 주식만큼 위험자산이 될 수 있다"며 "이때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시 주식과 채권을 모두 팔고 금, 부동산 등 다른 안전자산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채권의 '안전판' 기능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채권과 주식의 동조화 현상으로 채권의 안전자산으로서 기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남석구 한국투자공사(KIC) 통합자산2실 실장은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현재 상황에서는 채권이 안전자산으로서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이 미래에도 안전자산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KIC에서는 안전자산을 재정의해 이 개념에 금, 원자재, 헤지펀드 등을 포함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손협 국민연금공단(NPS)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공급발 인플레이션이 2022년 발생한 당시 채권이 주식의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지 못하며 포트폴리오가 한 방향으로 쏠렸는데 지금도 유가가 오르는 중"이라며 "공급발 인플레이션이 찾아오면 주식과 채권 사이 상관관계가 양(+)을 올라가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이때 자산 배분을 어찌할지, 채권 외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 살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안전자산으로서 기능은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5% 내외의 높은 금리의 채권은 여전히 안전자산 역할을 충분히 하며 주가 하락 시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며 "한국이 오랜 기간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주식과 상관계수가 음(-)을 유지하기 어려운 채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채권, 브라질 채권 등을 다양한 채권을 통해 주가 하락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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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가와 채권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변수가 부각된 데 따른 특수한 패턴으로 동조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과거처럼 신용 이벤트나 유동성 쇼크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이 오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며 다시 채권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채권 가격이 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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