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인데 태양보다 뜨겁다"…GIST, 극한 물질 구현 기술 개발[과학을읽다]
핵융합 연료·행성 내부 상태 재현 가능성 제시
이온빔 가열 효율 99.1%·비균일도 0.55% 달성
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진이 고체 상태를 유지한 채 태양 표면 수준의 초고온 환경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이온빔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핵융합 연료 상태와 거대 행성 내부 환경을 실험실에서 보다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평가된다.
GIST는 방우석 물리·광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원하는 열 분포를 먼저 설정한 뒤, 이를 구현할 최적의 이온빔 에너지 분포를 역으로 계산하는 '역설계(inverse design)'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고에너지 이온빔은 전하를 띤 이온을 빠르게 가속해 만든 입자선이다. 물질 내부 깊숙이 직접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물질을 초고온 상태로 가열할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고체와 같은 높은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수만 켈빈(K)에 이르는 극한 상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고체와 플라즈마의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따뜻한 고밀도 물질(Warm Dense Matter·WDM)' 상태로, 핵융합 연료와 목성 같은 거대 행성 내부에서 나타나는 환경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이온빔 가열 방식은 에너지가 특정 깊이에 집중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 현상 때문에 시료 내부를 균일하게 가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대로 이온 에너지를 지나치게 높이면 가열 균일성은 개선되지만 상당수 이온이 시료를 그대로 통과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과 비음수 최소제곱법(NNLS) 기반 계산을 활용해 균일성과 효율을 동시에 만족하는 최적의 이온 에너지 분포를 도출했다.
그 결과 약 10억 전자볼트(1 GeV) 부근에 에너지가 집중된 초지수형 이온빔 조건에서 에너지 전달 효율 99.1%, 가열 비균일도 0.55%를 달성했다. 또 비교적 단순한 준단색 이온빔 조건에서도 효율 약 95%, 비균일도 0.42% 수준의 균일 가열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이온을 투입할 경우 약 1만 켈빈(K) 이상의 초고온 상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태양 표면 온도(약 5800K)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체 가열 과정은 0.1나노초(ns) 이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기술은 핵융합 연료 가열과 고에너지밀도 물리 연구뿐 아니라, 입자선 암 치료처럼 특정 깊이에 정밀하게 에너지를 전달해야 하는 분야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 교수는 "원하는 가열 분포를 먼저 설정하고, 이를 구현할 최적의 이온 에너지 분포를 계산적으로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고체 밀도를 유지한 극한 상태 물질의 정밀 가열이 필요한 다양한 연구와 응용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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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GIST 물리·광과학과 이성민·조수지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Communications in Heat and Mass Transfer에 지난달 19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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