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위기에 英채권 매도세…금리 28년만에 최고치
전쟁발 인플레에 정치 리스크
새 지도부 '방만 운영' 우려에
'채권자경단' 스타머 지지자로
영국 총리 사퇴 압박에 국채 장기물 금리가 1998년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각종 전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커진 가운데, 지도부 교체 리스크까지 맞물리면서 '롤러코스터'에 맞먹을 정도로 역내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에 생긴 균열이 영국 국채 매도세를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가 재정에 추가 압박을 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영국 30년물 국채(길트) 금리는 이날 장중 0.14%포인트(1bp=0.01%포인트) 뛴 5.813%를 기록했다. 2거래일 동안 20bp가량 뛴 셈이다. 현재는 5.764%로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6%에 근접한 수치다. 10년물도 2008년 이후 최고치인 5.13%까지 올랐다. 채권시장에서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매도세가 거세지면 가격이 내리고 금리는 오른다.
스타머 총리는 당내에서 자진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그는 2024년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면서 취임했지만, 경제 부진과 복지, 이민 정책 등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올해 초부터는 피터 맨덜슨 주미 대사 인사 논란으로 사임 위기에 몰렸고 지난 7일 노동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책임론이 불거졌다. 의회 개인비서들이 잇따라 사임했으며 정부에서는 최초로 장관급 인사까지 사퇴했다.
영국 채권시장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코로나19)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난 2월 말 미국이 일으킨 이란 전쟁의 영향을 한 데 받아왔다. 재정 지출에 따른 부담과 에너지 위기 속에서 자국 정치 리스크까지 겹친 셈이다. 트웬티포애셋매니지먼트의 펀드매니저 고든 섀넌은 "장기화하는 지도부 교체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우 꺼려지는 요소"라며 "지금 영국 국채를 사는 것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고 짚었다.
킷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랄(SG)의 수석 외환전략가는 투자자 노트에서 "총리에게 남은 유일한 지지층이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뿐인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노동당이 집권당인 상황에서 새 지도부가 더 많은 돈 풀기를 통해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980년대 미국의 전략가 에드워드 야데니가 만든 용어인 '채권 자경단'은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한다고 판단한 정부에 대해 더 높은 채권 보상을 요구함으로써 재정 규율을 강제하려는 채권 투자자를 의미한다.
스티브 리드 영국 주택장관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서 "불안정성은 국민 삶에 결과를 초래한다"며 의원들에게 스타머 총리 지지를 촉구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장기채 금리 상승은 대출 등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런 이유로 기준금리를 제치고 미국 10년물 장기채 금리를 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지표로 꼽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 속에서 파운드화 가치도 하락세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0.6% 하락한 1.353달러를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로도 1.153유로 수준에 그쳤다. 채권시장과 통화가치의 동반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 하드먼 MUFG 선임 외환전략가는 "지도부 경선은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며 "이는 파운드화와 길트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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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영국 채권 매도세는 글로벌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을 주도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4.9bp 상승한 4.461%를 기록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3.8bp 오른 5.025%로 최근 2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4.2bp 상승한 3.98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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