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수사 허용' 법 통과, 후속조치 착수
언더커버 실무 설계…마약 수사 주도권

경찰이 마약류 사범에 대한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라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전담팀 구성에 돌입했다. 유통망의 말단을 잡아 상선을 추적하던 수사에서 경찰 수사관이 직접 조직에 잠입하는 톱다운 방식의 공세적 수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는 '마약범죄 위장수사 태스크포스(TF)'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직위공모를 진행한다. 경정급 팀장 1명과 경감 이하 2명으로 구성하되, 필요에 따라 인력을 더 늘릴 방침이다. TF는 내년 상반기까지 마약류관리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과 관련 매뉴얼 구축, 수사관 교육·지침 마련 등을 담당한다.

'텔레그램 전세계'로 불린 박왕열(47)에게 필로폰 등 마약류를 공급한 혐의를 받는 최모씨(51)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전세계'로 불린 박왕열(47)에게 필로폰 등 마약류를 공급한 혐의를 받는 최모씨(51)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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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이 신분을 위장해 조직에 잠입하는 등 위장수사를 가능케 하는 근거를 담은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 기회 제공형 함정수사만 가능했지만, 위장수사에 대한 법적 제도가 처음 마련된 것이다. 개정안은 위장신분을 이용한 마약류 소지·매매·광고·수수·운반·수입 행위를 허용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3개월 단위로 최대 3년까지 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신분을 숨기기 위한 문서·전자 기록의 작성·변경·행사도 가능해진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고도화한 마약류 범죄의 수사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위장수사가 처음 도입되는 것인 만큼 수사 허용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범의 유발형 수사는 여전히 위법에 해당하는 만큼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TF는 상위 법률이 허용한 위장수사의 틀 안에서 위장신분 사용의 승인 절차와 기준 등 세부적인 법적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수사 논란이나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 등 마약류 사범이 빠져나갈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재로선 위장수사의 실무 설계를 주도할 기관은 경찰이 유일하다. 올해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마약류 범죄를 전담수사 영역으로 두지만, 방대한 정보망과 현장 기동력을 갖춘 경찰의 역할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사건의 규모에 따른 수사 범위 조정이 이뤄지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경찰의 대응력이 실질적인 마약 수사의 동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위장수사를 통해 경찰이 직접 가담하면 윗선까지 빠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단을 쫓는 추적 수사보다 검거 효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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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올해 3월 말 '텔레그램 전세계' 박왕열(47)을 필리핀에서 압송한 데 이어 지난 1일 태국에 은신 중이던 '텔레그램 청담사장' 공급책 최모씨(51)를 송환했다. 최씨는 박씨에게 마약을 공급하거나 국내로 밀반입하는 데 관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박씨 송환 이후 최씨에 대한 정보를 잡아 현지 경찰과 잠복작전을 벌였고 수사 돌입 3주 만에 최씨를 검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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