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계 자율 신청 방식이 '부정수급' 온상
제보로 드러난 부정…"실태 파악 못해"

어촌계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보조금 사업 구조의 허점을 파고든 조직적 부정수급 사건이 적발됐다. 지자체의 관리 감독이 미치지 않는 자율 신청 방식을 악용해 수억원대 보조금을 편취한 전·현직 어촌계장들이 검찰에 송치되면서, 보조금 사업의 구조적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27일 완도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완도군 ○○면 전 어촌계장 A씨(50대·남)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친환경 인증부표 보급 사업을 신청하면서 실제 양식 어업인이 아닌 마을 주민들을 포함해 신청 인원을 부풀리고, 사업신청서를 위조해 관공서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완도해경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전·현직 어촌계장 등 관련자들을 검거했다. 완도해경 제공

완도해경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전·현직 어촌계장 등 관련자들을 검거했다. 완도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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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약 5억3,000만원 상당의 친환경 인증부표 5만7,000여개를 부정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완도해경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범행에 가담한 관련자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같은 지역 다른면에서도 유사한 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완도해경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약 2년간 어촌계원의 동의 없이 허위 작성된 서류를 제출해 약 3억6,000만원 상당의 친환경 부표 2만2,000여개를 부정 수령한 전·현직 어촌계장 3명과 계원 1명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번 사건은 친환경 부표 보급 사업의 신청 구조가 부정수급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완도군 관계자는 "지자체가 직접 개별 어가의 신청을 받기에는 업무량이 너무 많고 수요자도 많아 한계가 있다"며 "어가별로 어촌계원들의 사인을 받아 어촌계장이 총량을 취합해 완도군에 신청하는 형식으로 사업이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표 배분 과정에서 발생했다. 완도군은 "부표를 정상적으로 신청인들에게 전달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A씨가 신청 수량을 부풀리거나 적게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A라는 어업인에게 100개를 지급해야 하는데 150개를 주거나, B라는 어업인은 100개를 신청했는데 50개만 지급하는 식으로 차액을 편취한 것으로 보인다.


완도군은 이 사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수협 등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어 부정수급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취재 결과 동의 없이 서류가 작성된 계원들이나 실제 어업인들 사이에서 제기된 의혹이나 민원이 없어 완도군은 실태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에 제보가 들어오면서 수사가 시작됐고, 이후 전·현직 어촌계장들의 조직적 범행이 드러났다.


완도군 관계자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면 지원금 환수 조치 후 동일 지역에는 문제가 된 사업을 지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촌계장은 급여를 받지 않지만,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어촌계원들의 회의 결정에 따라 일부 업무추진비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수억 단위 사업을 책임지면서도 견제 장치가 부재하고 소수에게 권한이 집중된 구조적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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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관계자는 "보조금이 매년 반복적으로 지원되는 사업의 특성을 악용한 범행"이라며 "앞으로도 보조금 부정수급 등 민생 침해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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