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세운4구역 등서 갈등
갈등은 곧 지연 가능성 키워…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도시계획 철학 중에는 '문제와 갈등을 해결해 시민이 행복할 때 미래가 열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연 이 철학이 지금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네요."
최근 기자와 통화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정부와 서울시의 개발을 둘러싼 일련의 갈등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종묘 앞 세운4구역을 기점으로 본격화한 갈등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문제로 번지고 있다.
그의 말이 뇌리에 남는 것은 이 갈등이 문제의 해결은 없고 다툼만 격화하고 있어서다. 그는 이 상황이 '문제의 방치'로 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학자로서 현재 서울 시민이 행복하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방치하자, 그러면 미래가 열릴 것이다'는 논리는 어떤 교과서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갈등은 시의 계획에 정부가 개입하면서 정치적 문제로 번졌다. 주택 6000가구를 공급하려 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대표적이다. 정부와 여당이 '공급 규모를 2만가구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깊어지게 됐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도 종묘 경관을 보호하려는 정부가 건축물 높이를 문제 삼으면서 개발사업이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섰다.
갈등은 곧 사업 속도를 늦춘다. 용산은 늘어나는 주택만큼 학교나 기반 시설을 넣어야 하니 추진 일정이 한참 뒤로 밀리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6000가구를 공급하려고 계획을 짰는데 갑자기 1만가구 이상 공급하려면 사업 기간이 대폭 늘어나고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업에 10년 넘는 세월이 소요됐는데, 추가로 2년 넘는 시간이 더해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세운4구역도 내년 지방선거 승자가 사업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첫 삽을 뜰 수가 없다는 뜻이다.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시민이다. 용산 개발의 지연은 잘못된 주택 공급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 주택 수를 늘리기 위해 일정이 밀리는 것이기는 하나, 공급 부족에 집값이 급등하는 현 시장 상황에서 수급 불안을 더 키우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서울 핵심 입지의 세운4구역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노는 땅'으로 남게 됐다.
정쟁과 갈등은 현재 서울이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노는 땅에는 서둘러 건물을 세우고 주택 시장에는 곧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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